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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익명 기부자, 국화 한 송이·손편지 남기고 500만원 기부…9년째 이어진 약속

성연주 기자
입력
베네수엘라 지진 희생자 애도 담아 사랑의열매에 전달…2017년부터 누적 기부금 약 7억5000만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해 경남의 한 익명 기부자가 성금 5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사랑의열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해 경남의 한 익명 기부자가 성금 5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사랑의열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가장 먼저 어려운 이웃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지난 13일 오후 경남 사랑의열매 사무국 앞에는 현금 500만원과 국화 한 송이, 손편지가 담긴 상자가 놓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경남의 한 익명 기부자는 사전에 "사무국 앞에 박스를 두고 갑니다"라는 말만 남긴 뒤 자리를 떠났고, 이번 성금은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전달됐다.


손편지에는 희생자를 향한 애도와 피해 주민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기부자는 "베네수엘라 지진으로 희생된 많은 분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성금 모금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적었다. 

편지 마지막에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2026년 7월 어느날'이라는 문구가 남겨졌다.


이 표현은 수년째 이어져 온 그의 흔적이다. 이름 대신 남겨진 한 줄과 국화 한 송이는 

이 익명 기부자를 상징하는 작은 약속이 됐다.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이 기부자는 2017년부터 연말 희망나눔캠페인과 국내외 재난 현장마다 꾸준히 성금을 보내왔다. 

2019년 진주 아파트 화재, 2020년 코로나19, 2022년 강원·경북 산불,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2025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올해 대전 자동차부품 공장 화재 피해 지원까지 도움이 필요한 현장을 묵묵히 찾았다.


이번 기부를 포함한 누적 성금은 약 7억5000만원에 이른다.


전달된 성금은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지역의 긴급구호와 생필품·의료 지원, 임시 대피시설 운영, 피해 복구 등 인도적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랑의열매는 오는 31일까지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지원 특별모금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재난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나눔을 실천해 준 기부자께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성금이 피해 주민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상자 하나와 국화 한 송이, 그리고 짧은 손편지는 이번에도 이름보다 마음을 먼저 전했다. 

오래 이어지는 선행은 특별한 소개보다 반복되는 실천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었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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