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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다섯 식구를 향해 모인 손길…한 달 만에 ‘살 집’이 되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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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부모와 두 남매, 그리고 할머니에게 전해진 2천만 원의 온기
AI생성 이미지
할머니는 “높은 문턱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이제는 손자들 얼굴을 편하게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I생성 이미지]

 

지난 10월, 충북 청주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부모와 함께 사는 두 남매의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방송 이후 한 달 동안 모인 성금은 약 2천만 원. 지원금은 오래된 단독주택의 문턱 제거, 실내 정비, 수납 공간 확충 등 생활 개선에 전부 사용됐다.

 

집은 30년 넘게 낡아 전선이 뒤엉키고 벽지가 뜯긴 상태였으며, 두 남매를 사실상 돌보던 할머니는 올해 초 뇌경색으로 쓰러져 집을 오가는 것조차 어려웠다. 현관 턱 하나조차 큰 장애물이었고, 물건을 둘 공간이 없어 거실과 방은 늘 비좁았다.

 

지원 이후 내부 동선이 넓어지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도 실내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흩어져 있던 생활물품이 정돈되면서 두 남매의 학습 공간도 생겼다. “집을 고쳐야만 할머니가 다시 올 수 있다”던 아이들의 걱정은 한 달 만에 현실적으로 해소된 셈이다.

 

기부는 여러 통로에서 이어졌다. 평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꾸준히 기부해온 고(故) 김장섭 씨의 유산 900만 원이 전달됐고, 인터넷 모금에서 1,125만 8천 원이 모였다. ITM반도체의 150만 원 후원, ARS·계좌 모금 25만 7천2백 원까지, 다수의 기부가 합쳐져 사업 비용을 채웠다. 각 단체는 모두 “주거 취약 아동의 일상 회복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이라는 이유로 후원을 결정했다.

 

할머니는 “높은 문턱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이제는 손자들 얼굴을 편하게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 남매 역시 “집이 넓어진 것 같고 할머니가 다니기 좋다”며 안도했다.

이번 변화가 보여준 것은 거대한 지원책이 아닌, 소규모의 참여가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실질적 변화다. 아이들의 생활 공간이 달라지자 학교생활과 정서 안정에도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
 

이번 변화는 크고 거창한 지원이 아니어도, 여러 사람이 보탠 마음이 한 가정의 일상을 분명하게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거 환경이 안정되자 아이들은 다시 공부할 자리를 찾았고, 할머니는 기본적인 이동조차 두렵지 않게 됐다. 

 

유산 기부를 비롯한 다양한 참여 방식은 지역 공동체가 취약 가정을 어떻게 지탱하는지 잘 드러낸다. 돌봄 공백 속에서도 가족을 붙들어온 할머니의 시간은 이 지원을 통해 비로소 숨을 돌릴 여유를 얻었다. 작은 온정이 모이면, 가장 조용한 가정부터 먼저 따뜻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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