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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시인의 안부

산타뉴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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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어 내 주변엔 유난히도 병들고 망하고 사고 당하고 심지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심약한 나는 그들의 병과 실패와 사고와 죽음을 따라다니며 똑같은 고통을 겪는다. 아파서 앓아눕는 날이 늘어난다.

 

선배들은 내 나이가 이제 그럴 즈음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이게 정말 내 주변의 지인들이 그럴 나이가 된 탓인가. 내가 이제 그런 일 예사로 겪을 만한 나이를 살고 있는 탓인가.

 

가뜩이나 한세상 건너기 괴로운 내게  이 가을은 잔뜩 어두운 안색을 내비친다. 우울과 슬픔과 불안은 나의 지병이겠지만 숨쉴 때마다 존재의 덧없음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그러나 고통의 끝에서 그 고통에 무너지는 사람, 절망의 한가운데서 그 절망에 묻혀 버리는 사람, 허무의 맨앞에서 그 허무에 매몰되는 자가 어찌 시인일 수 있으랴.

 

나는 아픈 몸을 일으켜서 다시 일어나 앉아 저물어가는 나무들을 바라봐야지. 떠나는 새들을 바라봐야지. 쓸쓸한 사람의 눈빛을 바라봐야지. 시를 읽어야지.

 

그러니 부디 아무도 병들지 말고, 망하지 말고, 사고 당하지 말고, 죽지 말고 이 가을을 살아남으시라. 

그대들의 무고함이 오늘 나의 평화라는 사실을 알아주시라. 이제 여기서 더 아프면 나도 억울해서 가을 강처럼 누워 엉엉 울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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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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