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오문수 전 교사, 한센인의 삶 기록한 한영 소설 동시 출간
![소설 '올무에 걸린 아기사슴' 북콘서트 안내문. [오문수 저자 제공]](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506/1778069399995_116539355.jpg)
전남 여수에서 30년간 교단에 섰던 73세 오문수 전 영어교사가 한센인의 삶과 죽음을 담은 장편소설 『올무에 걸린 아기사슴』을 한글과 영문판으로 동시에 출간했다.
오 전 교사는 5년 동안 4만 쪽이 넘는 한센인 관련 자료를 읽고, 소록도를 직접 답사하며 작품을 집필했다. 북콘서트는 오는 5월 9일 오후 2시, 여수 청소년해양교육원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허구의 소설이라기보다 역사 기록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
가명을 사용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일부 실명과 실제 사건을 함께 담아 사실성을 높였다.
책에는 소록도 드론 촬영 사진과 희귀 자료들도 포함돼, 한센인 공동체의 흔적과 시대의 상처를 함께 보여준다.
오 전 교사는 전남 곡성 출신으로, 교직 생활을 마친 뒤에도 국내외 현장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는 작품을 위해 고흥 소록도를 15차례 찾았고, 지난해에는 순천역에서 소록도까지 2박 3일 동안 직접 걸으며 한센인들의 삶을 체감하려 했다.
또 섬진강 발원지인 전북 진안 데미샘에서 광양 배알도까지 약 250㎞를 걸으며, 마을 밖 강변에서 살아야 했던 한센인들의 현실을 몸으로 따라갔다.
작품이 영문판으로 함께 출간된 것도 눈길을 끈다.
오 전 교사는 전 세계 약 1천600만 명의 한센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취지에서 영어판 제작을 결정했다.
국내의 아픈 역사를 지역에 머물지 않고 국제 사회와 공유하려는 시도다.
국제 IDEA협회 설립자인 정상권 한국 IDEA협회 회장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이 한센인들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존엄한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관련 단체와 복지기관들도 자료 제공과 자문에 참여하며 작품 완성에 힘을 보탰다.
오 전 교사는 그동안 『텡게르가 손짓하는 몽골』, 『꿈꾼 적 없던 길이 세계여행』 등 여행과 사람의 삶을 다룬 여러 저서를 펴내왔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한센인들이 신앙에 의지하며 버텨온 삶을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다”며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긴 시간 외면받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노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다.
한 권의 소설은 누군가의 상처를 다시 꺼내는 일이 아니라, 잊지 않겠다는 약속에 가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