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세상이 오다

로봇 세상 성큼 — 중국·일본의 질주와
한국의 선택
산업 현장과 일상 공간 곳곳에서 로봇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의 자동화 수준을 넘어 물류·의료·돌봄·서비스 영역까지 로봇 활용이 확장되면서 로봇 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이 분야에서 중국과 일본은 이미 뚜렷한 전략과 실행력을 보이며 앞서가고 있고,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은 ‘양적 팽창과 국가 주도 전략’이 특징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이후 산업용 로봇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지방정부 보조금과 대규모 수요를 결합해 시장을 키웠다.
자동차·전자 공장을 중심으로 로봇 밀도가 급증했고, 최근에는 배달·경비·청소 로봇까지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기술 완성도에서는 아직 격차가 남아 있지만, 방대한 내수와 실증 환경을 바탕으로 학습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일본은 ‘정밀함과 인간 공존’을 키워드로 삼는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의 원조 국가답게 고신뢰·고정밀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봄·재활·동반 로봇 개발에 집중하며 ‘사람을 돕는 로봇’이라는 서사를 강화하고 있다.
단기간의 시장 확대보다는 장기적 품질과 사회 수용성을 중시하는 접근이다.
한국의 현실은 양면적이다. 제조업 자동화 수준은 세계 최고권에 속하지만, 로봇 산업 생태계의 폭과 깊이는 아직 제한적이다.
중소 로봇 기업은 기술력에 비해 실증 기회와 자본 조달이 부족하고, 서비스 로봇 시장은 규제와 수요 불확실성에 막혀 성장 속도가 더디다. 로봇 인력 양성 역시 대기업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사례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단순 제조 자동화를 넘어 로봇을 미래 모빌리티의 한 축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공장 내 협동로봇은 물론, 물류·보행 보조·자율 이동 로봇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이동성(Mobility)’ 개념을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강점으로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자동화 경험과 글로벌 공급망, 그리고 실제 적용 가능한 테스트베드’를 꼽는다.
다만 로봇을 독립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동차 중심 사고에서 벗어난 개방형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향후 로봇 산업의 승부처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인공지능과 결합한 ‘인지형 로봇’이다.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환경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둘째,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업 로봇’의 안전 기준과 표준 선점이다.
셋째, 실증 중심 정책이다. 규제 완화와 공공 영역의 선제 도입 없이는 시장이 자라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래를 놓고 보면 중국은 규모로, 일본은 신뢰로, 한국은 융합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 기존 강점 산업과 로봇을 연결해 새로운 응용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한국형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로봇은 더 이상 선택적 기술이 아니다. 산업 경쟁력과 삶의 질을 동시에 좌우할 ‘다음 인프라’로서, 지금의 투자와 정책이 10년 뒤의 격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