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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서울을 생각한다

김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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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늙고 외로운 도시
서울은 지금 가족의 틀이 재편되는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다


 

• 늙고 외로운 서울 - 가족의 의미가 재편되는 시대


서울시 가족형태 변화 보고서와 사회문화적 분석


 

서울의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실시한 가족형태 변화 분석에 따르면, 시 전체 인구의 약 30%가 고령층으로 진입했고,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40% 안팎을 차지하며 사실상 새로운 표준 가족으로 굳어졌다. 결혼과 출산의 감소, 장수사회로의 이동, 직장 중심의 생활 패턴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두드러진 부분은 서울 시민들이 가족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가족이 혈연 중심의 동거 단위를 의미했다면, 지금의 가족은 정서적 지지망, 생활협력체, 돌봄동반자 등 기능 중심의 관계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결혼하지 않는 청년층뿐만 아니라, 은퇴 후 홀로 살아가는 고령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고령 인구 증가와 ‘나홀로족’ 확대는 서울의 사회‧문화적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첫째, 관계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주변과의 가벼운 연결, 느슨한 공동체, 동네 기반의 생활문화가 확장되며 관계의 최소단위가 재정의되고 있다. 가족 대신 동네 모임, 취향 커뮤니티, 돌봄 네트워크 등 새로운 소규모 공동체가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둘째, 돌봄의 방식도 재편되고 있다. 

1인 고령층이 늘면서 공공의 역할이 비중 있게 떠올랐고, 서울시 곳곳에서 방문 돌봄·식사 지원·주거 연계형 복지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중장년층에서는 관계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흐름이 감지된다. 가족이 아니어도 서로를 돌보는 ‘생활 동반자 모델’이 새로운 돌봄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셋째, 주거문화의 변화도 빠르다. 

대가족이 함께 사는 풍경은 사라지고, 1인·2인 가구 중심의 초소형 주거가 늘면서 도시 구조 역시 작고 효율적인 생활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편의점, 공유주방, 코워킹 스페이스 등 도시의 일상 인프라가 가족을 대신해 생활의 기반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위험도 드러낸다. 사회적 고립, 정서적 돌봄의 부재, 긴급 상황 대응의 어려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고령층 1인 가구는 건강 문제, 경제적 불안, 외로움이 겹치며 심리적 위험이 높아진다. 보고서는 서울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가 ‘도시에 흩어진 개인들을 어떻게 다시 공동체로 연결할 것인가’라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서울이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도시 문화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취향 기반의 커뮤니티 활성화, 마을 돌봄 플랫폼, 고령층의 사회참여 확대, 생활권 단위의 정서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서울은 지금 가족의 틀이 재편되는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다. 

늙고 외로운 도시라는 진단 뒤에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연대·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함께 놓여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서울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가족 도시’의 길을 열어갈지 주목된다.


 

김란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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