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통합 돌봄의 그늘

보여주기식 ‘통합 돌봄’ — 현장은 여전히 갈 길 멀다
간판만 바뀐 복지 행정, 인력·예산·주거 연계 없는 돌봄은 한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통합 돌봄’을 외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의료·복지·주거·돌봄 서비스를 한데 묶어 노인이 살던 집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름만 통합일 뿐 실제로는 제각각 움직이는 행정”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간판은 바뀌었지만 정작 돌봄을 책임질 인력과 시스템, 지역 공동체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여러 지자체의 통합 돌봄 사업은 방문 간호, 도시락 지원, 안부 전화, 복지 상담 등을 묶어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서비스 간 연계가 느슨하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퇴원한 고령자가 집으로 돌아와도 의료기관과 복지기관, 요양기관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돌봄 공백이 생기는 사례가 반복된다.
독거노인이 퇴원 후 약 복용 관리에 실패하거나, 거동이 어려운데도 주거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다시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도 적지 않다.
특히 현장 실무자들의 피로감은 심각하다.
한 복지관 관계자는 “통합 돌봄이라는 이름 아래 업무는 계속 늘어나는데 실제 인력 충원은 거의 없다”며 “결국 서류 행정만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실적 중심 평가가 이뤄지면서 ‘몇 명을 관리했는가’에 집중하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돌봄의 질보다 숫자가 우선되는 셈이다.
“집에서 살게 한다”면서 정작 주거 대책은 부족
통합 돌봄의 핵심은 ‘살던 곳에서의 노후’다.
그러나 현실의 주거 환경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래된 다세대주택이나 엘리베이터 없는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령층은 집 안에서조차 이동이 어렵다. 문턱 제거, 안전 손잡이 설치, 욕실 개선 같은 기본적인 주거 개조 지원도 제한적이다.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은 통합 돌봄을 단순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삶의 인프라’로 접근한다.
스웨덴은 지방정부 중심으로 방문 간호와 재활, 식사 지원, 주거 개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프랑스 역시 지역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 노인의 고립을 최소화한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부처별 예산과 사업이 분절돼 있어 현장에서 혼선이 반복된다.
돌봄은 복지가 아니라 사회의 안전망
전문가들은 통합 돌봄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의료·주거·지역 공동체를 포함한 사회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방문 의료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동네 의원과 복지기관이 상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요양보호사와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 없이는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도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역 공동체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과거에는 이웃과 가족이 일정 부분 돌봄 기능을 나눴지만, 1인 가구 증가와 공동체 해체로 노인의 고립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결국 통합 돌봄은 행정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은 더 이상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된다.
보여주기식 정책과 형식적인 사업 확대만으로는 노후의 불안과 고독을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실제로 지탱할 수 있는 촘촘한 현장 중심의 돌봄 시스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