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뉴스/오늘 산타
오늘의 산타

60년 동안, 가위로 마음을 다듬은 사람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입력
87세 이발사 김광주, “내 손이 움직이는 한, 이발은 멈추지 않습니다”
[사진제공 행즹안전부 홈페이지]
[사진제공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이른 아침, 한 아파트 경로당 앞.
낡은 정자에 작은 의자 두 개와 거울 하나가 놓였다.
그곳이 김광주 어르신의 ‘이발소’다.


그의 손끝을 거쳐 머리를 단정히 빗은 사람은 벌써 4만 명이 넘는다.
돈을 받지 않는 이발이지만,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일이다.

김광주 어르신은 올해로 87세다.


스무 살 무렵부터 이발소를 운영하며 손재주를 갈고닦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기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60년 넘게, 그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노인,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공원 벤치에 앉아 머리를 맡긴 노인에게
한결같이 ‘무료 이발’을 해왔다.

 

그의 손끝은 빠르지 않지만, 섬세하다.
“그림을 그리듯이 머리를 다듬어요.
예쁘게 잘 나오면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그는 환한 미소로 이렇게 말한다.
주변 사람들은 김 어르신을 ‘동네의 손자 같은 이발사’라 부른다.

 

이발이 끝날 때마다 거울 앞에 앉은 손님들은 자신을 새롭게 본다.
주름진 얼굴에도 다시 생기가 돌고, 머리 위의 흰 눈발 같은 머리칼이 단정히 정리되면
누군가는 “젊어졌네”, 누군가는 “이제 나들이 가도 되겠다”고 웃는다.
그 웃음을 보기 위해 김광주 어르신은 오늘도 가위를 든다.

 

그는 올해 3월, 60년의 꾸준한 봉사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상보다 일상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상은 잠깐이에요. 머리를 깎아주고 나서 고맙다고 말하는 그 순간,
그게 제겐 제일 큰 상이에요.”

 

이발 도구들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손잡이가 닳고, 칼날은 번쩍이지 않지만 여전히 정직하다.
그는 “내 손이 움직이는 한, 내 숨이 멈추지 않는 한, 계속 이발할 것”이라 말한다.
그 다짐은 단순한 직업정신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온 방식이었다.


 

산타의 시선

 

김광주 어르신의 가위는 머리카락만 자르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의 손끝은 사람의 마음을 다듬고, 주름진 세월에 단정한 웃음을 남겼다.
돈 한 푼 받지 않는 그의 시간은, 가장 값비싼 선물이 되었다.


누군가는 머리를, 누군가는 하루의 기분을 새롭게 단정할 수 있었다.
세상을 조금 더 단정하게 만드는 손 — 

 

그 손이 바로 산타의 마음이었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