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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한국 유투버의 비결

류재근 기자
입력
‘김프로’ 중심 크리에이터 경제의 스케일
한국 유투브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은 누가 더 오래 더 믿을만한 콘텐츠를 계속 생산 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 1위가 된 한국 유튜버 — ‘김프로’ 현상이 던진 질문


 

‘세계 1위’ 그 수식어가 더 이상 헐리우드나 영어권 스타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 유튜브 채널 KIMPRO(김프로)가 2025년 한 해 전 세계 유튜브 채널 가운데 

‘연간 조회수 1위’를 기록하며 플랫폼 지형을 뒤흔들었다. 

 

유튜브 분석 플레이보드(PLAYBOARD) 집계에 따르면 김프로의 2025년 연간 조회수는 775억 3천회로, 2위 Double Date(약 615억 회)를 크게 앞섰고, 전 세계 최다 구독자 유튜버로 알려진 MrBeast의 연간 조회수(약 381억 회)도 두 배 이상 넘어섰다. 


 

왜 하필 한국 채널이었나
 

김프로의 급부상은 단순 대박 콘텐츠로 설명되지 않는다. 

채널은 2022년 8월 개설 후, 먹방·챌린지·시트콤형 스킷을 ‘짧고 강한 반복 포맷’으로 대량 생산하며 조회수를 폭발시켰다. 

 

운영자는 이벤트 기획자 출신 김동준으로, 사촌이자 인플루언서 kkubi99와 함께 채널을 키웠다는 소개도 전해진다. 

결정적 분기점은 2025년 4월 ‘국내 채널 최초 1억 구독자’ 돌파였다. 

이후 현재는 약 1억2700만~1억2800만 구독자 수준으로 

구독자의 국제 비중이 국내보다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이와 함께 보다가, 내가 먼저 웃는다’
 

서울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 A씨는 ‘짧고 단순한데도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게 된다. 

아이가 보다가 제가 먼저 웃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20대 직장인 B씨는 ‘한국 채널인데도 댓글이 다국어로 달리고, 

자막 없이도 이해되는 구조라 출퇴근길에 무한 반복하게 된다’고 했다.

이용자 인터뷰는 한 가지 결론으로 모인다. 

언어 장벽을 낮춘 보편 포맷과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고회전 소비 구조(짧은 러닝타임·높은 완주율·연속 시청)가 맞물렸다는 것이다.


 

수익 추정치가 보여준 크리에이터 경제의  스케일
 

김프로를 둘러싼 관심이 콘텐츠에서 산업으로 옮겨간 이유는 돈의 규모다. 

온라인 마케팅 분석 사이트는 김프로의 수익을 하루 약 4억7000만원, 연간 약 1722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광고 형식·국가별 단가에 따라 실제 수익은 달라질 수 있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지점에서 1인 크리에이터라는 말이 더는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기획·촬영·편집·자막·채널 운영·브랜디드 협업까지 사실상 소형 미디어 기업처럼 움직이며, 성공 채널은 고용과 외주 시장을 동반 확대한다는 것이다.

 

 

K-콘텐츠의 다음 단계는 ‘형식의 수출’

 

디지털미디어 업계에서 김프로 현상은 K-콘텐츠(내용) 수출에서 K-포맷(형식) 수출로의 이동으로 읽힌다. 

드라마·K팝처럼 서사가 강한 장르가 아니라, 국경을 덜 타는 리액션·상황극·챌린지·먹방이 시청 행태 자체를 장악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플랫폼의 ‘크리에이터 우선’ 기조다. 유튜브는 2026년 방향성을 밝히며 크리에이터 경제를 성장 동력으로 재확인했고(크리에이터 수익·생태계 투자, AI 기반 제작 지원 등), 이는 초대형 채널의 규모 경쟁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조회수 1등’ 다음에 남는 과제

 

김프로가 보여준 것은 한국 채널의 가능성이지만 다음 질문도 남긴다.

 

첫째, 지속가능성이다. 

짧고 강한 포맷은 대체재가 빠르게 생기고 피로도가 높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세계관 확장, 캐릭터 IP, 라이브·커머스·오프라인 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지 않으면 변동성이 커진다.

 

둘째, 신뢰와 안전이다.

 AI로 콘텐츠 생산이 쉬워질수록 ‘누가 만들었는가’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검증·책임·저작권 관리가 채널의 생존 조건이 된다. 

 

셋째, ‘한국발 글로벌’의 표준화다. 

김프로의 성공이 단발 사례가 아니라면, 한국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더 많은 인재·제작 인프라·법·세무·노동(스태프 처우) 시스템을 함께 키워야 한다.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김프로가 연 문은 하나다. 한국 유튜버가 세계 무대에서 1등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이제 남은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다음 세계 1위는 누가 더 크게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더 믿을 만하게 콘텐츠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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