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그룹, ‘페치카’ 최재형 정신 기리며 1억 원 기부

한 사람의 이름이 다시 불린다. 잊혀가던 독립운동가의 삶을 현재로 이어보려는 시도다. 휴온스그룹이 지난 3월 31일, 최재형기념사업회에 1억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기부금은 교육·기념사업과 고려인 및 차세대 동포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최재형은 1860년 함경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인물이다.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배움을 이어가며 러시아어와 서구 문물을 익혔다. 이후 사업으로 큰 부를 일군 그는, 그 재산을 개인이 아닌 공동체와 조국을 위해 사용했다.
연해주 한인 사회에서 그는 ‘페치카(따뜻한 난로)’로 불렸다.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를 고용해 생계를 돕고, 학교를 세워 교육 기반을 마련했다. 동시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고 의병 조직을 후원하는 등 항일 투쟁의 기반을 뒷받침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활동 뒤에는 그의 지원이 있었다. 무기와 자금, 거처를 제공하며 의거 준비를 도왔고, 이후에도 독립운동 세력을 조직하고 언론 활동을 통해 항일 의식을 확산시켰다. 그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자산 대부분을 독립운동에 쏟아부은 인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삶은 결국 비극으로 이어졌다. 1920년 일본군에 체포된 뒤 탈출을 시도하다 순국했고, 유해조차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이름과 정신은 한인 사회와 역사 속에서 이어져 왔다.
이번 기부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행보다. 기념사업회는 선생의 업적을 알리는 교육과 연구, 해외 한인 지원을 지속해왔으며, 기업의 참여는 그 외연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휴온스그룹 측은 “최재형 선생의 삶은 사회적 책임의 본질을 보여준다”며 후원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역사와 공동체를 잇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간이 흐르며 기억은 흐릿해질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선택과 실천은 다시 그 이름을 현재로 불러낸다. 이번 기부는, 한 시대를 밝힌 ‘따뜻한 난로’를 다시 기억하려는 조용한 연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