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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아스팔트 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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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아스팔트 위 노동자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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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시대, 안전은 어디에

기온이 오를수록 야외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배달업과 농업, 건설업 종사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폭염에 생명을 위협받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노동 시간과 생산성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온이 20도에서 35도까지 오르면 점심 배달 건수는 약 12.6% 증가하고, 40도에 도달하면 21.4%까지 늘어난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노동 강도가 높아질수록 현장에서는 더 많은 위험이 따른다.

최근 그리스 정부는 기온이 40도를 넘나들자,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노동과 음식 배달을 전면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초, 폭염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생산성 감소로 2030년까지 연간 2조4000억 달러(약 3300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배달앱 활성화로 음식 배달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폭염 속 라이더들은 냉방이 없는 이륜차를 타고 뜨거운 아스팔트를 달린다. 헬멧과 보호 장비는 열을 더 가중시키며, 무더위에 지친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 배달 기사들의 온열질환 신고와 사망 사고가 늘어나면서, 근로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발표에서 폭염에 가장 취약한 산업으로 농업과 건설업을 꼽았다. 특히 농업 종사자 약 9억4000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폭염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있으며, 전체 폭염 피해 노동시간의 60%가 농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업도 전체 산업 대비 19%의 시간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일부 국가는 이미 노동 시간 조정에 나섰다. 미국 워싱턴주의 체리 농장 근로자들은 새벽 3시부터 헤드랜턴을 쓰고 작업하며, 베트남 등 아시아 농업국가들에선 전등 아래 모내기 작업이 성행하고 있다.

영국 노동조합회의(TUC)는 고용주에게 복장 규정 완화와 유연근무제를 요청했으며, 그리스 정부는 재택근무 확대를 권고했다.

한국에서도 배달·택배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기후대응 지침이나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일부 배달 플랫폼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얼음물 제공이나 휴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강제성이나 지속성 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폭염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떠올랐다. 기후 변화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전방위적인 제도 개선과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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