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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노점에서 세계 유통 혁신까지

고석영 기자
입력
다이소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의 인생

 

일본 다이소(DAISO)의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矢野博丈, 1943~2024).

AI생성 이미지


그의 삶은 화려한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정작 그는 가족과 사회의 ‘기대’에서 벗어난 아들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비켜선 자리에서, 그는 세계 유통의 방식을 바꾸는 혁신을 만들어냈다.

 

■ 엘리트 집안의 ‘낙제생’

 

히로시마현의 의사 가문. 집안 모두가 공부 잘하고 촉망받는 분위기 속에서, 야노는 셋째 아들이자 유일한 ‘낙제생’이었다.


대학 입시는 수차례 낙방. 주변에서 “왜 저 아이만…?”이라는 시선이 그를 따라다녔다.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길’에서는 밀려났지만, 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 길이 바로 장터였다.

 

■ 길거리 노점에서 얻은 깨달음

 

스무 살 넘어서 시작한 길거리 노점상.
그는 하루종일 서서 잡화를 팔며, 손님들의 눈빛을 읽는 법을 배웠다.

  • 무엇을 찾는지 어떤 가격에 손이 멈추는지 어떤 말 한마디에 표정이 밝아지는지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사람들은 ‘싸고 좋은 물건’을 원한다. 너무 당연한데, 그 당연함을 제대로 해주는 곳이 없다.”

이 깨달음은 이후 ‘100엔샵’이라는 혁신의 씨앗이 된다.

 

■ 100엔 가격표 하나로 세계 유통을 흔들다

 

1977년, 그는 작은 트럭 한 대로 이동식 100엔 잡화점을 시작했다.
가격표 하나로 모든 상품을 통일하는 방식은 당시 일본에서는 거의 실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계산이 복잡하지 않고, 가격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무엇보다 ‘작은 기쁨’을 주는 가게였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경영 천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늘 말하곤 했다.

“나는 단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정직하게 팔았을 뿐이다.”

 

다이소는 이후 일본 전역을 넘어 한국·중국·동남아·중동·미국 등 세계로 퍼지고,
소비 패턴 자체를 바꾼 ‘고정가 유통 혁명’의 주인공이 된다.

 

■ 불운과 낙오 속에서 피어난 혁신

 

야노 히로타케의 인생은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 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벗어남 자체가 혁신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는 엘리트 교육의 실패작이 아니라,세상의 필요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 길거리의 창업가였다.

세상이 만든 기준에서 멀어졌을 때,비로소 그는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다이소’라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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