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91세에도 무대 지키는 이유…심장박동기 달고도 청년 연극인 위한 기부공연 나선다

배우 신구가 91세의 나이에도 다시 무대에 선다. 심부전 진단과 심장박동기 시술을 받은 뒤에도 연기를 멈추지 않은 그는 올해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부공연에 참여해 청년 연극인을 위한 지원에 힘을 보탠다.
무대는 연기 인생 60여 년을 이어온 배우가 지금도 지키고 있는 약속이기도 하다.
최근 공개된 웹 예능 '짠한형 신동엽' 선공개 영상에는 연극 '베니스의 상인' 출연진인 신구와 신동엽, 조달환, 이상윤이 함께 출연했다.
최고령 게스트로 소개된 신구는 "어느새 나이를 그렇게 먹었다"고 웃으며 특유의 유쾌한 입담을 이어갔다.
술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공짜 술이 제일 맛있다"고 농담한 뒤 "술 자체보다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담담한 한마디에 출연진도 웃음을 터뜨렸고,
긴 세월 변하지 않은 그의 여유가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신구는 2022년 공연 도중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고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
이후 심장박동을 유지하기 위한 인공 심장박동기 시술을 받았으며,
방송을 통해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아 박동기를 착용하게 됐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치료 과정은 쉽지 않았다. 폐에 물이 차는 증상까지 겪었지만 공연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공연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이후 영화와 연극 무대로 다시 돌아와 활동을 이어왔다.
1936년생인 신구는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허생전'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에서 친근한 아버지와 이웃의 모습을 그려내며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너나 걱정하세요" 같은 광고 속 유행어 역시 세대를 넘어 기억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올해 그는 배우 박근형과 함께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 출연한다.
신구는 베니스의 공작을, 박근형은 샤일록을 맡아 전 회차를 원 캐스트로 소화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고도를 기다리며'에 이어 두 번째 기부공연이다.
공연 티켓 수익과 현장 기부금 전액은 '연극내일기금'을 통해 신진 연극인 육성 사업에 사용된다. 연극내일기금은 청년 연극인의 창작 활동과 공연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영상 속 신구는 담담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배우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병을 이겨낸 이야기를 앞세우기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공연을 선택한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무대 위에서 쌓아온 세월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후배들이 다시 무대에 설 기회는 그렇게 이어질 수 있다.
신구가 지금도 객석의 불이 켜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 시간만큼은 여전히 누군가의 내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