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정치
사회

청년 N잡러 10년새 63% 증가

류재근 기자
입력
소득이 생활비 상승 못 따라가
청년 N잡러의 증가는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나타난 새로운 생존 전략이다.

주거비와 생계비의 압박   — 청년 ‘N잡러’ 10년 새 63% 증가


 

청년층의 소득이 생활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N잡러(N-jobber)’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통계와 관련 연구들을 종합하면 최근 10년 사이 본업 외에 추가적인 수입원을 가진 청년층 비율은 약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월세와 식비만 합쳐도 150만 원 안팎이 필요해, 단일 소득으로는 생활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 중인 직장인 김모(29) 씨는 낮에는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온라인 콘텐츠 번역 아르바이트를 한다. 

김 씨는 ‘월급만으로는 월세와 교통비, 식비를 내고 나면 저축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쉬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부업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박모(27) 씨는 주말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모에게 손 벌리기 부담스러워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시작했다’며  주변 친구들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부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고정지출의 상승과 임금 증가율의 정체를 꼽는다. 

노동경제학자 이모 교수는 ‘서울의 평균적인 청년 1인 가구 기준으로 주거비 비중이 소득의 30~40%에 이르는 경우가 흔하다’며 식비와 교통비, 통신비까지 합치면 기본 생계비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소득을 찾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플랫폼 경제의 확대가 지목된다. 

과거에는 부업 기회가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배달, 콘텐츠 제작, 온라인 판매, 번역, 디자인 등 디지털 기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부업이 생계형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동시에 노동시장 구조가 다변화된 결과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N잡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장시간 노동과 휴식 부족으로 건강을 해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직장인 이모(31) 씨는 ‘퇴근 후 새벽까지 온라인 판매를 하다 보니 만성 피로가 생겼다’며 돈은 조금 더 벌 수 있지만 삶의 여유는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사회학자들은 청년 N잡러 증가가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신호라고 말한다. 

청년정책 전문가 박모 박사는 ‘청년층이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현재의 소득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주거비 부담 완화와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가 병행되지 않으면 N잡 현상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책 방향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 청년 맞춤형 금융 지원, 유연하지만 안정성을 보장하는 노동시장 제도 등을 제시한다. 

단순히 부업을 장려하는 차원을 넘어, 청년들이 한 가지 일만으로도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청년 N잡러의 증가는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나타난 새로운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이 현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를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류재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