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나눈 마지막 선택, 국가가 기억해야”…의료진 62% “장기기증자 국가유공자급 예우 필요”
![지난 6월 삼성서울병원 1층 장기이식센터 외래 옆에 마련한 뇌사 기증자 추모관 ‘별하재’의 전경이다. [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904/1788463107029_378065132.jpg)
한 사람의 마지막 선택으로 또 다른 사람의 삶이 이어진다. 그러나 장기기증이 끝난 뒤 남겨진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예우와 지원은 충분한가. 장기이식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 10명 중 6명은 장기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예우가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경제신문이 연중 캠페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의 일환으로 이식외과 전문의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등 의료진 11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1.8%가 장기기증자의 정신을 기리고 유가족을 예우하기 위한 정책으로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혜택 제도화’를 꼽았다.
현재 정부는 장기기증자 유가족에게 장제비 54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인체조직 기증에도 동의하면 180만 원이 추가된다. 유가족이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할 경우 최대 4점의 가산점도 받을 수 있다.
현장 의료진은 이러한 현금성 지원이 실제 기증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응답자의 74.5%가 현행 지원이 보호자의 장기기증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의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평가가 달랐다.
뇌사 장기기증자와 가족에 대한 국가적 예우와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73.6%에 달했다. ‘충분하다’는 답변은 16.4%,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였다.
필요한 제도로는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혜택이 가장 많이 꼽혔다. 보건의료 진료비 감면과 공공시설 이용 우대 등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국가가 기증자를 기억하는 방식도 과제로 제시됐다. 응답자의 24.5%는 국가 주도의 기증자 추모공원 조성과 사회적 기념일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유가족을 위한 심리치료와 복지 프로그램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12.7%였다.
병원 현장에서는 이미 기증자를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6월 본관 1층 장기이식센터 외래 옆에 뇌사 기증자 추모공간 ‘별하재’를 마련했다. 생명을 나누고 떠난 기증자를 병원이 기억하고, 그 뜻을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되새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 현장의 제도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이식 의료진 확충 및 현장 코디네이터 처우 개선’과 ‘심정지 후 기증(DCD)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준 정립 및 거점병원 중심의 기증 시스템 구축’이 각각 2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장기기증자에 대한 국가적 예우 강화와 유가족 심리·의료 지원’이 21.8%, ‘기증 서약 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20%를 차지했다.
장기기증은 한 사람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 여러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의 기회를 남기는 선택이다. 그 결정을 내린 사람뿐 아니라 가족 역시 짧지 않은 과정을 함께 감당한다.
이번 조사에서 의료진 73.6%가 현재의 예우와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장기기증을 권하는 사회를 넘어, 기증자와 남겨진 가족을 어떻게 기억하고 예우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