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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이어령·김혜순…한국 지성 30인의 책장이 ‘사유의 숲’으로 돌아왔다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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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더숲 아카데미하우스 재개관…손때 묻은 장서 3천여 권, 다음 세대와 나누는 ‘생각의 유산’
[사진제공 더숲-아카데미하우스 인스타그램]
[사진제공 더숲-아카데미하우스 인스타그램]

한 사람이 평생 읽어온 책장에는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본 시간이 남아 있다. 

시대를 고민했던 지성들의 질문과 흔적이 담긴 책들이 이제 시민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돌아왔다.


서울 강북구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는 6월 16일 인물 도서관 ‘사유의 숲’을 공식 재개관했다. 

이곳에는 신영복, 이어령, 백낙청, 김혜순, 나희덕 등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 온 지성 30여 명의 저서와 기증 도서 약 3천 권이 모였다.


사유의 숲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 오랜 시간 읽고 고민하며 남긴 밑줄, 메모, 표시까지 함께 만나는 ‘생각의 기록 보관소’에 가깝다.


기증된 책들은 문학, 생명, 사회,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한 권의 책을 통해 한 사람의 관심사를 넘어 그 시대가 품었던 고민까지 따라가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장서를 기증한 시인 나희덕 교수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책들을 선별하며 책을 보내는 일이 삶의 일부를 나누는 과정이었다는 마음을 전했다. 

오래 곁에 두었던 책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더 많은 사람과 사유를 나누겠다는 취지에 동참했다.


다른 참여자들의 책장 역시 각자의 삶을 보여준다. 생명과학자의 서가에는 과학 서적뿐 아니라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책들이 함께 놓였고, 역사 연구자의 서가에는 시대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기록들이 담겼다.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는 과거 한국 사회 지식인들의 교류와 토론이 이어졌던 공간이다. 이번 재개관은 그 정신을 오늘의 시민들과 다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책은 읽는 사람을 떠나도 질문은 남는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오래 머문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사람에게 건네질 때, 지식은 기록을 넘어 새로운 대화가 된다.


북한산 아래 문을 연 ‘사유의 숲’은 한 시대를 만든 사람들의 답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자신만의 질문을 찾아가는 조용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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