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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집이 없어지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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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환경 변화와 저출산에 의한 구조적 위기
아이들 울음 소리가 줄어든 시대,  어린이 집의 줄폐업은 단순한 산업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다.

부동산 규제·인구 감소 ‘이중 압박’ — 어린이집 줄폐업 현실화
 

최근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한때 맞벌이 가정의 필수 인프라였던 동네 어린이집이 사라지면서 ‘보육 공백’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정책 변화가 촉발한 주거 환경 변화와 저출산이 맞물리며 구조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통계는 이러한 흐름을 분명히 보여준다. 전국 어린이집 수는 2013년 4만3000여 곳에서 2023년 2만8000여 곳으로 약 30% 이상 감소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도 매년 1000곳 이상이 폐업하는 추세다. 서울의 경우 1~2일에 한 곳꼴로 문을 닫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의 감소’다. 출생아 수 급감으로 영유아 인구 자체가 줄어들면서 어린이집 정원이 채워지지 않는 구조가 됐다. 실제 0~5세 인구는 최근 10년간 약 40% 가까이 감소했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 수는 줄었는데 인건비와 임대료는 그대로라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파트 1층이나 주택을 임차해 운영하는 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실거주 요건 강화와 임대시장 변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요구로 퇴거 압박을 받거나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폐원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어린이집 수가 단기간에 수백 곳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의 혼란은 학부모에게도 그대로 전가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는 “국공립은 대기자가 수십 명인데, 동네 어린이집은 문을 닫아 아이 맡길 곳이 없다”며 “결국 휴직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원한 어린이집 공간이 경로당이나 노인시설로 바뀌는 사례도 늘며 지역 돌봄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저출산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보육 정책, 교육 선호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특히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보육 전문가는 “국공립 확대 정책이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민간시설과의 균형이 무너지면 전체 보육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과제도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임대 안정성 보장 ▲소규모 어린이집 지원 확대 ▲공공·민간 균형 정책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특히 인구 감소 시대에 맞춘 ‘적정 규모 유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든 시대, 어린이집의 줄폐업은 단순한 산업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다. 보육 인프라가 무너질 경우 그 부담은 결국 가정과 사회 전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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