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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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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고스펙 2030 청년 장기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고학력, 고스펙 청년들의 좌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회의 문이 닫힌 사회는 결국 경쟁력을 잃는다

• 고학력·고스펙 2030 청년 - ‘장기 실업’의   그늘 짙어지다


 

고학력·고스펙을 갖춘 2030 청년층의 장기 실업 증가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통계청·고용연구기관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청년층의 스펙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에도 안정적 일자리 진입까지 걸리는 시간은 오히려 길어지고 있다. 

이른바 ‘스펙 인플레이션’ 속에서 학력·자격증·인턴 경험이 취업을 보장하지 못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 스펙은 충분한데, ‘면접 기회조차 줄었다’는 청년들
 

서울의 한 대학원 석사 출신 A씨(29)는 대기업 연구직, 공공기관, 스타트업 등 2년 가까이 60여 곳에 지원했지만 최종 합격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인턴 경험 2회, 토익 900점대, 외국 대학 교환학생 이력까지 갖추었지만 서류 합격률조차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엔 같은 전공 동기들 대부분이 취업 대신 자격증 공부나 또 다른 학위 준비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노력 대비 기회가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지방 국립대 출신의 B씨(31)는 1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다 생활비 때문에 결국 단기 알바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학력과 전공이 크게 뛰어나지 않다는 이유로 대기업 문턱에서 번번이 막히고, 중소기업은 급여나 근무조건이 미래가 보이지 않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학력·고스펙 청년층 사이에서 ‘현실과 기대의 괴리’, ‘선택할 만한 일자리 부족’, ‘구조적 불일치(mismatch)’가 심화되고 있다.


 

■ 스펙 과잉 시대의 구조적 미스매치
 

전문가들은 2030 장기 실업 문제의 본질을 청년 역량의 부족이 아닌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찾는다. 

  • 신산업 일자리 수요 증가에 비해 필요한 디지털·AI 기술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는 부족하고, 반대로 전통 업종은 인력 수요가 줄어들어 고학력 청년에게 맞는 자리가 제한적이다. 
  •  
  • 대학·대학원의 교육 내용이 기업 현장 요구와 동떨어져 있어 학력은 높아지지만 직무 적합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  중소기업과 지방 일자리의 근무환경·연봉 수준 격차는 여전히 커 청년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이처럼 한국 고용 구조가 급변하는 속도에 비해 청년 준비 방식과 제도적 지원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장기 실업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된다.


 

■ 취업 준비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2030 장기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기업·교육계가 동시에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 대학–기업 간 실무 연계 교육 강화
 

  • 전공 커리큘럼에 AI·데이터·디지털 직무 중심의 실습형 프로그램 확대와 -대기업·중견기업과의 공동 프로젝트, 6개월 이상 현장형 인턴십 도입이 필요하다.
  • 취업 직결형 부트캠프와 마이크로디그리 인증제 활성화가 요구된다.

 

2) 중소기업·지방 기업의 근로환경 개선

 

  • 임금 및 복지 수준을 높이는 정부 인센티브가 확대되어야 한다. 청년 주거·교통 지원을 결합해 지역 정착 유도 패키지 제공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갖춘 기업에 대한 인증 및 세제 혜택 강화해야 한다.

 

3) 청년 맞춤형 고용 안전망 구축
 

  • 장기 구직자에게 재교육 바우처, 멘토링, 직무 컨설팅 제공하고 취업 공백 기간이 긴 청년을 위한 소득 지원형 구직수당을 확대햐야 한다.정신건강·불안관리 프로그램 연계가 필요하다.

 

4) 직업관의 다변화 지원

 

  • 프리랜서·창업·크리에이터 경제 등 새로운 일에 대한 안전망·교육 강화하고 정규직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력 경로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마련이 요구된다.

  •  

■ 청년에게 필요한 변화는 ‘더 높은 스펙’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말은 한결같이 2030 청년 실업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스펙이 아니라

 ‘맞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며, 이를 위한 구조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고학력·고스펙 청년층의 좌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변화 속도와 사회 시스템의 조정이 어긋난 결과이다.

 

기회의 문이 닫힌 사회는 결국 경쟁력을 잃는다.

청년이 다시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고용 구조 전환과 청년 지원 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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