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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지출이 무섭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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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의료비 2억 5000만원
건강 수명을 늘리는 개인의 실천과 예방-1차의료-돌봄을 촘촘히 엮는 사회적 시스템이 함께 작동할 때 장수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인 평생 의료비 2억5000만원 — 78세에 지출 정점, 장수는 곧 고비용


은퇴 후엔 병원비가 제일 무섭습니다.’ 서울에 사는 60대 김모 씨는 최근 고혈압·당뇨 약을 꾸준히 먹기 시작하면서 동네 의원과 약국을 들락날락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자녀 교육비가 끝나면 숨통이 트일 줄 알았지만, 노후의 고정비로 의료비가 치고 올라온다는 얘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생애 의료비(건강보험 부담금+법정 본인부담+비급여 포함)는 평균 2억4656만원으로 추정됐다. ‘2억50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가장 비싼 나이’가 늦춰졌다   — 정점 71세→78세

 

눈길을 끄는 건 의료비가 가장 많이 쓰이는 ‘정점 연령’의 이동이다. 2004년에는 71세에서 연간 지출이 최고치였지만, 2025년에는 78세로 늦춰졌다. 

정점 연령대의 연간 지출 규모도 약 172만원에서 446만원으로 커졌다. 

전문가들은 고가 치료·검사가 가능한 기간이 길어지고, 만성질환을 관리하며 오래 사는 구조가 누적 비용을 키운다고 본다.


 

여성 2억1474만원, 남성 1억8263만원 — 수명 격차가 비용 격차


성별 격차도 뚜렷하다. 여성의 생애 진료비는 2억1474만원, 남성은 1억8263만원으로 여성이 약 3211만원 더 쓴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여성의 기대수명이 더 길어 의료 이용 기간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대형병원 보다 ‘약국·동네 의원’으로

 

의료비가 가장 많이 지출된 곳은 의외로 상급종합병원보다 약국(약 3993만원)·의원(약 3984만원)이었다. 

상급종합병원(약 3497만원), 종합병원(약 3388만원)이 뒤를 이었다. 

현장에선 입원 한 번보다 외래·약값이 장기적으로 부담이라는 체감이 많다. 경기도에 사는 40대 직장인 박모 씨는 ‘부모님 약값과 동네 병원 진료가 매달 빠져나가는데, 합치면 카드값에서 존재감이 크다’고 말했다.


 

수명이 아니라 ‘건강수명’이 재정을 좌우

 

보건의료 재정 관점에서 핵심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사느냐’다. 건강보험연구원 분석에서도 고령 구간으로 갈수록 비용이 급증하는 구조가 확인된다. 

전문가들은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과 생활습관 개입 △검진-치료-돌봄의 연계 강화 △노년기 다질환(복합만성질환) 관리모형 확산이 비용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 ‘정책 레버’라고 본다.


 

예방·1차의료·돌봄 연계 — 가계 충격 줄이는 ‘완충장치’도
 

대책의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1. 예방 중심 전환 - 비만·흡연·음주, 운동 부족 등 위험요인을 줄여 병원에 가는 기간을 늦추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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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차의료 강화 - 동네 의원이 만성질환 관리를 표준화하고, 불필요한 대형병원 쏠림을 줄여 의료 전달체계를 안정화.
  4.  
  5. 노년 돌봄-의료 연계 - 치료 이후 재가(집) 돌봄과 지역사회 서비스가 붙지 않으면 입원-퇴원-재입원의 회전문이 생겨 비용이 커진다.  


 

평생 의료비 2억5000만원 시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비가 78세에 정점을 찍는다는 사실은 다수의 국민이 노후 후반부에 가장 큰 지출 압력을 맞는다는 뜻이다.

 건강수명을 늘리는 개인의 실천과  예방·1차의료·돌봄을 촘촘히 엮는 사회 시스템이 함께 작동할 때 ‘장수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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