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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네 마리 이름으로 남긴 1억원”…동군·이랑·우리·하리의 익명 기부자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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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난 동군·이랑, 보호센터서 입양한 우리·하리…부산 아너 소사이어티 417호 가입, 성금은 저소득 반려동물 양육 가구 지원

한때 가족의 곁을 지켰던 동군과 이랑, 보호센터에서 새 가족을 만난 우리와 하리. 네 마리 반려견의 이름이 1억원의 기부와 함께 오래 남게 됐다. 익명을 택한 한 기부자가 지난 25일 부산사랑의열매를 통해 자신이 키웠거나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4마리의 이름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날 부산사랑의열매에서 동군·이랑·우리·하리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식을 진행했다. 네 반려견은 부산 아너 소사이어티 417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랑의열매가 운영하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이번 기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부자의 이름이 아니라 그 자리에 새겨진 네 개의 이름이다.


동군과 이랑은 기부자와 2003년부터 가족으로 지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두 반려견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빈자리를 채운 것은 새로운 만남이었다. 기부자는 2020년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우리와 하리를 입양했다. 두 반려견은 현재 기부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먼저 떠난 두 마리와 지금 곁을 지키는 두 마리. 기부자는 자신의 이름 대신 이 네 이름으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고 싶다는 뜻을 부산사랑의열매에 전했다.

부산사랑의열매에서 지난 25일 익명 기부자의 반려견 동군·이랑·우리·하리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식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부산사랑의열매]
부산사랑의열매에서 지난 25일 익명 기부자의 반려견 동군·이랑·우리·하리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식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부산사랑의열매]

기부의 방향도 반려동물과 맞닿아 있다. 전달된 1억원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저소득 주민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반려동물을 돌보며 살아가는 가구를 지원하는 데 기부금을 써달라는 뜻이다. 반려견과 보낸 개인적인 시간이 지역사회의 복지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진 셈이다.


기부자는 반려견에게서 받은 긍정적인 기운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었다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대신 동군·이랑·우리·하리를 앞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우리와 하리가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입양됐다는 사실은 이번 기부의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보호가 필요했던 생명을 가족으로 맞았던 경험이 이번에는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으로 연결됐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역의 기부금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사회복지 현장을 지원하는 사랑의열매의 지역 모금기관이다. 이번 성금 역시 기부자의 뜻에 따라 저소득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위한 복지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수태 부산사랑의열매 회장은 동군과 이랑, 우리와 하리의 이름으로 전해진 성금을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가입식의 주인공에게는 사람의 이름이 없었다. 대신 동군, 이랑, 우리, 하리라는 네 이름이 남았다.


2003년부터 이어진 인연과 2020년 새롭게 시작된 인연이 2026년 여름, 부산 아너 소사이어티 417호라는 한 자리에 나란히 기록됐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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