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카페 인심

화장실 이용 5000원 — 달라진 카페 인심, 공공 인프라 빈틈이 낳은 갈등
최근 일부 카페에서 화장실 이용을 유료화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의 구매를 요구하는 사례가 확산되면서 이용객과 업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화장실 사용료 5000원’이라는 문구가 붙은 안내문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며 논란이 확산됐고, 이를 둘러싼 찬반 여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의 한 번화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45) 씨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비이용 고객이 화장실만 쓰고 나간다’며 ‘청소 비용과 시설 관리 부담이 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상권에서는 외부 이용객 증가로 화장실 위생 문제가 반복되면서 업주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다.
반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직장인 이모(32) 씨는 ‘커피를 사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조차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당황스럽다’며 ‘공공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이 이를 대신해온 측면이 있는데, 이제는 돈을 내야 한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공공 인프라 부족에서 찾는다. 도시계획 전문가 박모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중화장실 수와 접근성이 주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며 ‘민간 시설에 공공 기능을 떠넘긴 구조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주요 관광지와 도심 곳곳에 자동 공중화장실을 설치해 누구나 무료 또는 소액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도쿄는 지자체와 민간이 협력해 개방형 화장실 정책을 운영하며, 일정 기준을 충족한 상점의 화장실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대신 지원금을 제공한다.
영국 런던 역시 ‘커뮤니티 화장실 스킴’을 통해 카페와 식당이 화장실을 개방하면 지방정부가 유지비를 일부 보전해주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해외 주요 도시들은 공공성과 민간의 부담을 균형 있게 조정하며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여전히 공공시설 확충이 더딘 가운데, 민간 업소의 자율에 맡겨진 구조가 지속되면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업주나 이용객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모 교수는 ‘공중화장실 확충과 함께 민간 개방 화장실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도시의 기본 인프라로서 화장실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카페 화장실 유료화 논란은 단순한 서비스 문제를 넘어 도시 공공성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일상의 작은 불편에서 시작된 갈등이 사회적 논의로 번진 지금, 공공 인프라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