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폐·간·신장 기증으로 네 사람의 삶에 생명을 준 이금미 씨…장례 마친 날 가족이 바라본 하늘엔 큰 무지개
심장·폐·간·신장 기증…장례를 마친 날 가족이 바라본 하늘에는 큰 무지개
![지난달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금미(55)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환자에게 나누고 떠났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814/1786657290920_760573073.jpg)
장례를 마친 날, 가족이 바라본 하늘에는 큰 무지개가 걸렸다.
30년 동안 미용사로 일하며 이웃을 살폈던 이금미 씨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 씨는 지난달 21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해 네 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남겼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3일 이금미 씨의 장기기증 소식을 전했다. 향년 55세. 생전 여러 차례 가족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품었던 뜻을 지켰다.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씨는 20대 초반부터 약 30년간 미용사로 일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대학원에 다닐 만큼 배움에도 적극적이었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고 쉬는 날에는 골프와 등산을 즐겼으며, 언니와 산에 오르고 먼저 가족 식사를 제안할 만큼 가족을 살뜰히 챙겼다.
그의 미용 기술은 생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인들과 약 10년 동안 노숙인과 홀로 사는 어르신을 찾아 머리를 손질했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도 이어갔다.
자신이 가장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필요한 곳에서 나누는 방식이었다.
삶의 방향이 달라진 것은 약 5년 전이었다. 지속되는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 씨는 뇌와 신경계의 여러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인 다계통위축증을 진단받고 치료를 이어왔다.
그러던 지난달 12일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고 뇌사에 이르렀다.
가족에게는 오래전부터 나눈 약속이 있었다. 삶의 마지막에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하던 이 씨와 언니는 서로 장기기증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가족은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생전 이 씨가 여러 차례 밝혔던 의사를 존중해 기증에 동의했다.
지난달 21일 이 씨의 심장과 폐, 간, 신장은 장기 이식을 기다리던 네 명의 환자에게 전달됐다. 가족은 네 사람이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큰 슬픔 속에서도 위안을 얻었다고 전했다.
고인의 친구들이 남긴 말도 가족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살아 있을 때도 멋있었는데, 갈 때도 멋있게 떠났다.”
이 씨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병원에서의 마지막 선택만이 아니다.
오랜 세월 미용실에서 사람을 만났던 시간, 쉬는 날 가위를 들고 봉사 현장으로 향했던 날들, 가족에게 먼저 식사를 제안했던 평범한 일상이 함께 남았다.
장기기증 역시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생전에 가족과 삶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며 준비해 둔 선택이었다.
장례를 마친 뒤 가족은 하늘에 뜬 큰 무지개를 봤다. 언니는 그 모습을 보며 동생이 잘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바란 것은 단순했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잘 지냈으면 좋겠다.”
30년 동안 미용사로 살아온 이 씨는 마지막 순간 네 사람에게 심장과 폐, 간과 신장을 나누고 떠났다.
장례를 마친 날, 가족은 하늘에 뜬 큰 무지개를 바라봤다.
언니는 그 모습을 보며 동생이 잘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족에게 그날의 무지개는 먼저 떠난 이 씨를 오래 기억하게 할 마지막 장면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