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6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6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2025년, 한국 수출은 사실상 ‘역풍의 한 해’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선언, 미국의 자동차·철강·배터리 규제 강화,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까지 여러 악조건이 연속해서 한국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11월까지 수출 6,402억 달러를 기록하며 연간 7,000억 달러 돌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정부 관계자는 “엄청난 난기류 속에서 달성한 실적”이라며 “한국 수출의 체질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한국 수출 상승의 가장 큰 축은 반도체였다.
특히, 11월 단일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월간 기준으로도 신기록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2020년대 후반의 첫 번째 AI 슈퍼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호”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미국산과 동일 조건의 상호관세’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초기에는 25% 관세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협상 결과 15%로 완화되며 충격이 일부 해소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놀라운 점은 다음이다.
미국시장 감소폭을 유럽·중동·동남아 수출 증가로 상쇄했다. 특히 전기차(EV)의 판매 둔화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호조로 중남미 시장 확대와 유럽 생산·수출 조정 전략으로 총수출액은 오히려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 규제 강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엄격한 원산지 조건 등으로 한국 배터리 기업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미 공장 가동률 상승과 유럽 OEM 수요 증가,ESS(에너지 저장장치) 투자 확대
가 겹치며 수출 증가세가 유지됐다.
특히 미국의 신규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광범위한 현지 투자 덕분에 ‘실질적 관세 부담’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5년의 가장 큰 흐름 중 하나는 수출 시장의 다변화 성공이다.
이 변화는 상호관세라는 외생 충격을 흡수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2020년대 초반과 달리, 한국은 더 이상 ‘미국 1극’에 의존하는 수출 구조가 아니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분석이다.
관세 충격을 완충한 숨은 주역은 정부의 ‘상황관리’였다.관세대응 119로 기업들의 수출 구조 분석·FTA 최적화 지원으로 긴급 무역금융을 확대하고 수출보험·환변동 보험 강화했다.
12월 수출은 계절적으로 강한 데다 반도체 출하 증가가 이어지고 있고 연말 소비 시즌과 미국의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반영되면서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현재 추세라면 12월에 600~650억 달러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연간 7,000억 달러 돌파는 매우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이는 한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출 실적이며, 2020년대 초반 팬데믹·물류위기·보호무역 등 복합 위기를 고려하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올해 수출 실적은 단순히 “많이 팔았다”는 차원이 아니다.한국은 세계적 보호무역의 확산 속에서도 다음을 증명했다.산업 경쟁력의 깊이,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 속도,정부와 기업의 협력 대응 능력,수출 기반의 구조적 탄탄함에 그 원인이 된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한국에 분명 위기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은 이를 기회로 전환하며 역대 최대 수출국가의 면모를 다시금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기업만이 풍족함이 아니라 이 사회 곳곳에서 모두가
생존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