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여성, 일자리 없어 울고 지방 남성, 짝 없어 운다

지방 여성은 일자리 때문에 떠나고, 지방 남성은 배우자를 찾지 못한다 — 지역 인구구조 뒤틀림 심화
‘여기에는 일할 곳이 없어요. 결국 서울로 갈 수밖에 없죠.’
전남의 한 군 단위 도시에서 자란 27세 김모 씨는 지난해 서울로 이직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지역에서 취업을 시도했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반면 같은 지역에 사는 32세 박모 씨는 ‘주변에 또래 여성이 거의 없다.
연애나 결혼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지방에서 여성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남성은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며 지역 사회의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여성은 수도권으로, 남성은 지역에 남는다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인구 이동에서 여성의 수도권 이동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
특히 20대 여성의 수도권 순유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지방에서는 여성 인구 감소가 빠르게 나타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역 청년 인구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청년 여성의 약 60% 이상이 취업을 위해 수도권 이동을 고려하고 있으며
실제로 수도권 취업자의 여성 비중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은 산업 구조와도 밀접하다. 지방은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의 일자리가 많은 반면,
여성 선호도가 높은 서비스·문화·콘텐츠 산업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 대학을 졸업한 26세 이모 씨는 ‘지역에는 사무직이나 문화 관련 일자리가 거의 없다.
친구들도 대부분 서울이나 대전으로 취업했다’고 말했다.
지방 남성, 배우자 찾기 어려워
여성이 떠난 지역에는 남성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는다.
이 때문에 일부 지방에서는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촌 지역 2030대의 성비는 남성 120130명당 여성 100명 수준까지 벌어진 곳도 있다. 이는 결혼 시장에서 남성에게 불리한 구조를 만든다.
충남의 한 농촌 지역에서 일하는 35세 최모 씨는 ‘또래 여성들이 대부분 도시로 떠났다’며
‘결혼은 물론 연애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결혼 시장의 지역 격차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가속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인구학 연구팀 관계자는 ‘청년 여성의 유출은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출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방의 인구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 구조의 불균형도 문제로 꼽힌다.
지역경제 전문가인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지방에는 제조업 중심의 남성 일자리가 많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종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일자리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인구 불균형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자리와 삶의 질이 해법
전문가들은 여성이 머물 수 있는 지역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지역 서비스 산업 확대,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공공기관 및 기업의 지방 이전, 청년 창업 지원 확대 등이 제시된다.
또한 교육·문화 인프라와 같은 삶의 질 요소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단순히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생활하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의 미래를 가르는 청년 문제
지방 여성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지방 남성은 배우자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현실.
이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고민을 넘어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일자리와 생활 환경을 동시에 개선하지 않으면 청년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금이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실질적인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의 청년들이 더 이상 떠나야만 하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을지,
한국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