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50, 결혼 없는 삶의 명암

결혼 없는 인생
나 홀로 50세가 흔해진다 - 청년의 ‘미혼’이 중년의 ‘비혼’으로
결혼하지 않은 청년이 늘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더 큰 변화는 20·30대의 미혼이 시간이 지나도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40·50대의 비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평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생애미혼’ 인구가 새로운 사회집단으로 떠오르면서, 한국 사회는 결혼이 늦어지는 단계를 넘어 결혼하지 않는 삶도 하나의 보편적인 생애경로로 자리 잡아가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혼 여부 자체를 평가하는 일이 아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중·노년층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거·의료·돌봄·사회적 관계망은 여전히 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정책의 초점도 “왜 결혼하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각자가 안정적이고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맞춰져야 한다.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
통계는 변화를 보여준다. 통계청 자료를 활용한 분석에 따르면 생애미혼율은 남성 17.1%, 여성 7.5%로 추산됐다. 남성 생애미혼율은 2015년 10.9%에서 2023년 17.1%로 상승했다.
이는 단순히 결혼을 늦추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만은 아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중년을 맞는 사람이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미취업 남성의 생애미혼율은 46.1%로 취업자 14.7%보다 높았고, 월소득 300만 원 미만 취업자는 32.0%, 500만 원 이상은 5.1%였다.
일자리와 소득의 격차가 결혼 선택의 격차로 이어지는 양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고용 불안과 높은 주거비, 결혼·출산 비용은 결혼을 어렵게 한다.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관도 확산하고 있다. 경제적 제약과 가치관 변화가 맞물리면서 미혼은 일시적 상태를 넘어 장기적인 삶의 형태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혼자가 편해졌지만, 미래의 생활은 준비하고 싶습니다”
49세 미혼 남성 A씨는 “처음부터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직장과 집값, 부모님 걱정을 하다 보니 어느새 쉰 살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사는 데 익숙하고 현재 생활에 만족하지만, 건강이나 은퇴 이후의 생활을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고 했다.
46세 여성 B씨는 “결혼하지 않은 삶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친구들과도 활발히 지내지만, 사회 제도가 여전히 가족 중심이라는 느낌은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사는 사람도 필요한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고 다양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결혼 장려를 넘어 다양한 삶을 지원하는 사회로
정책은 두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결혼을 원하는 사람이 경제적 이유로 선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일자리와 주거를 안정시키는 한편,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자신의 방식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1인 가구의 주거·의료·돌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혼인 세액공제 등을 논의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결혼을 장려하는 정책만으로는 생애미혼 인구의 다양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공공임대주택과 지역 돌봄을 확대하고, 정기적인 안부 확인과 응급 대응, 방문 의료와 생활 지원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비혼 동반자, 친구, 이웃 등 다양한 관계가 일상적인 지지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역사회의 문턱도 낮춰야 한다. 가족이 맡아온 돌봄을 지역사회와 공공서비스가 함께 분담하되, 개인마다 다른 관계와 생활 방식을 존중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결혼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소중한 선택이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은 삶 역시 점점 더 다양한 생애경로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결혼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신의 방식으로 안정적이고 연결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보장하는 것. 이것이 50세 전후의 다양한 삶이 자연스러워지는 사회가 마련해야 할 새로운 공동체의 기준이다.
중년의 삶은 결혼 여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남성은 대형 쇼핑몰에서 필요한 생활용품과 식료품을 차분히 고르고, 한 여성은 다른 쇼핑몰에서 옷과 책, 취미용품을 살펴본다. 두 사람은 각자의 속도와 취향에 따라 물건을 선택하며, 혼자서도 일상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쇼핑몰의 밝은 조명과 활기찬 사람들 사이에서 이들의 모습은 고립이 아니라 독립적인 생활의 한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자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