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코로 엮은 희망의 옷, ‘함께 살아가는 지구’를 향한 런웨이
![17일 오후 서울 성수동 헬로우뮤지움에서 열린 아름다운가게 ‘그물코 프로젝트 2025’ 개막식 패션쇼에서 시니어 모델이 자원순환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 아름다운가게]](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1018/1760738022148_278029637.jpeg)
서울 1 한 미술관에서, 꽃무늬 바지와 데님 재킷, 프릴 치마를 입은 시니어 모델들이 환하게 웃으며 무대 위를 걸었다. 그들의 옷은 새로 산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에서 버려졌던 천 조각과 낡은 재킷을 다시 엮어 만든 작품이었다. 17일 개막한 아름다운가게의 ‘그물코 프로젝트 2025’는 그 이름처럼, 사람과 지구, 그리고 세대와 세대를 하나의 그물코로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시민의 손에서 예술로, 그리고 다시 나눔으로
이번 전시는 시민이 기부한 2500여 점의 물건이 재탄생한 자리였다. 헬로우뮤지움의 공간 안에서는 폐의류가 예술 작품으로, 예술이 다시 나눔으로 이어졌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패션뷰티스타일스쿨 학생들은 낡은 청바지와 코트를 해체해 독창적인 업사이클링 의상으로 재구성했다. 모델이 된 시니어들은 “나도 여전히 누군가의 무대 위에 설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런웨이를 걸었다.
“지구와 더 나은 관계를 맺자”
전시의 부제는 ‘Have a nice earth’. 교보생명, 현대모비스, 대신경제연구소 등 기업들이 후원에 나서며 ‘지속가능한 관계’의 의미를 함께 확장했다.
작품 속에는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잊기 쉬운 질문이 담겨 있었다.
이경래 작가는 세제통과 드라이기, 가위를 실로 감싸 만든 설치작품 ‘침묵 2025’를 통해 “소비의 속도를 잠시 멈추자”고 말한다. 김효진 작가는 티셔츠 2000여 점을 엮어 만든 **‘땅따먹기’**에서 영수증 속 ‘물 사용량 1350원’, ‘이산화탄소 3000원’이라는 가상의 가격표로 환경 비용을 시각화했다. 그것은 곧 “미래세대가 치러야 할 대가”라는 경고였다.
“버려진 것들로 새 이야기를 짓다”
아름다운가게 장윤경 상임이사는 “지난 23년간 물건의 재판매와 재사용에 머물렀던 순환의 개념을 이제 예술로 확장했다”며 “버려진 것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많은 시민이 공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7일까지 계속된다. 헬로우뮤지움 안에는 500점의 오브제와 2000점의 섬유가 그려낸 지구의 초상이 걸려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예술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희망이라 부른다.
산타의 시선으로 본 오늘
산타의 붉은 모자가 바라본 무대는 반짝이는 조명보다 따뜻한 사람들의 손길로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의 헌 옷이 다른 누군가의 자신감이 되었고, 버려진 천이 다시 지구를 감싸는 이불이 되었다.
나눔이란 결국, 멀리 있는 선물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서로의 삶을 엮는 실 한 올이었다.
오늘의 그물코는 그렇게 또 하나의 희망을 꿰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