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정치
사회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을 달래 줍니다

류재근 기자
입력
단톡방, 카톡 피로 사회의 역설
단톡방의 수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얼마나 닿아 있는지가 중요하다.  빠르게 오가는 메시지 속에서도 한 사람을 향한 따뜻한 한 마디가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단톡방의 온기와 피로 사이 — 카톡 시대, 우리는 덜 외로운가


 

스마트폰 속 ‘단톡방’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일상 풍경이 됐다. 

가족, 직장, 동호회, 학부모 모임까지 수많은 관계가 하나의 채팅창 안에 공존한다. 

메시지는 시시각각 쌓이고, 읽지 않으면 뒤처지는 듯한 압박이 뒤따른다. 

빠른 소통과 연결의 편리함 뒤에는 이른바 ‘카톡 피로’라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직장인 김모(34) 씨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업무 단톡방은 물론이고 친구들 방, 가족 방까지 알림이 계속 울립니다. 답장을 하지 않으면 성의 없어 보일까 신경이 쓰여요.” 그는 퇴근 후에도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로 “관계가 끊길까 봐 두렵다”고 털어놓는다. 

대학생 박모(22) 씨 역시 “조용히 방을 나가기도 어렵고, 읽고 답하지 않으면 눈치가 보인다”며 단톡방이 ‘보이지 않는 규율’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와 연결해 설명한다. 

관계의 유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일수록, 단톡방은 소속감을 확인하는 동시에 의무를 부과하는 공간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한 사회학자는 “단톡방은 공동체의 연장선이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압박을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해외의 경우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개인의 사생활과 경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강해 업무 외 시간에는 메시지 응답을 요구하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제한하는 법까지 도입됐고,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메신저 알림을 끄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한국에서는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처럼 촘촘히 연결된 시대에 덜 외로워졌을까. 

역설적으로 많은 이들은 여전히 혹은 더 깊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수백 개의 메시지 속에서도 진심 어린 대화는 드물고, 관계는 양적으로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얕아졌다는 지적이다. 

심리학자들은 “지속적인 연결이 반드시 정서적 친밀감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비교와 소외감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해법은 단절이 아니라 균형에 있다. 

단톡방을 떠나는 대신, 필요한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를 구분하고 스스로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알림을 끄고, 짧은 메시지 대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선택이 관계를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결국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은 기술로 완전히 해소될 수 없는 영역이다. 

단톡방의 수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얼마나 닿아 있는지가 중요하다. 

빠르게 오가는 메시지 속에서도 한 사람을 향한 따뜻한 한마디가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연결의 시대,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것은 어쩌면 ‘많이 말하기’가 아니라 ‘깊이 듣기’인지도 모른다.


 

류재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