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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존중을 중심에 둔 ‘새로운 송년 풍경’이 떠오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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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송년 모임이여 , 아듀 !!
건강을 잃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연말의 의미를 살리는 새로운 송년 문화가 우리 사회의 성숙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송년회 문화, 음주 관행의 전환점이 필요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한국 사회는 특유의 정(情) 문화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송년회 시즌에 접어든다. 

직장·가족·동호회·지역 커뮤니티 등 다양한 모임이 이어지며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고 새해 다짐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국의 송년회는 자연스럽게 과음 중심의 회식 문화와 결합돼 왔다. 

최근 들어 건강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세대가 늘어나면서, 이 전통적 관행에 대한 성찰과 변화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 한국 송년회 문화의 특징

 

한국의 송년회는 대체로 단체 중심,  의례성, 술자리 포용성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참석이 암묵적으로 강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쉽다. 송년회는 ‘한 해 동안 고생한 사람에게 예를 갖추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 빠지기 어려운 행사로 여겨진다.

 

둘째, 술을 매개로 관계를 돈독히 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건배사, 술잔 돌리기, 단체 건배 등이 반복되며 자연스럽게 음주량이 늘어난다.

 

셋째, 한 해 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2차·3차로 이어지는 장시간 회식이 종종 이어진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동체 결속이라는 긍정적 기능도 있지만, 음주 강요, 건강 문제, 노동·생활 균형 침해 등 여러 부작용을 야기해 왔다.


 

■ 선진국의 송년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국의 연말 문화는 한국과 다소 다른 결을 보인다.

 

미국은 ‘홀리데이 파티(Holiday Party)’라는 이름으로 가벼운 칵테일 파티 형식의 송년 모임이 많다. 술을 마시더라도 각자 선택에 따라 조절하며, 행사 중간에 비알코올 음료 코너가 널리 마련된다.

 

유럽 북부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절주 문화가 강하다. 직장 내 파티도 대부분 식사 중심이며, 음주보다는 공연·게임·기부 행사 등이 결합한 문화적 이벤트로 꾸며진다.

 

호주는 가족 중심 연말 문화가 확고해 직장 송년회가 일찍 끝나며, 대개 오후 시간대 가벼운 티타임 또는 런치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음주가 모임의 목적이 아닌 선택 요소라는 점이다. 문화적 여가를 결합해 ‘즐기는 송년회’를 추구하며, 개인의 건강과 자유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다.

 

 

■ 음주와 건강 문제 -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
 

보건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연말에는 음주량 증가와 함께 간 기능 악화, 급성 음주 사고, 음주 운전 위험이 급증한다. 특히 한 번 마실 때 많이 마시는 고위험 음주 비율이 높아 건강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단체 분위기에 따른 과음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조직문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한 송년회, 조용한 송년 모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분명하게 감지된다. 기업들도 음주 회식을 금지하거나, 팀별 문화·활동비를 지원하며 문화 체험형 송년회를 장려하는 추세다.


 

■ 발전적인 송년 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제언
 

새로운 송년회는 건강·존중·균형을 핵심 가치로 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1.  비음주 옵션 확대

  2. 맥주·와인만이 아니라 무알코올 칵테일, 티 프로그램, 디저트 파티 등 선택지를 늘리면 부담 없는 참여가 가능하다.
  3.  
  4. 문화·체험형 송년회 활성화

  5. 전시 관람, 작은 공연, 요가·명상 클래스, 바자회·기부 참여 등 다양한 형태가 인기다. 관계의 질을 높이면서도 건강한 방식이다.
  6.  
  7. 근무·생활 균형을 고려한 시간 운영

  8. 늦은 밤이 아닌 점심·이른 저녁, 근무 시간 일부 활용 등으로 참여 부담을 줄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9.  
  10. 음주 강요 금지와 자율적 참여 원칙 확립

  11. 모임의 목적이 술이 아님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한국의 송년회가 술 중심의 정(情) 문화를 담고 있었다면, 이제는 한 해 동안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동료·친구·가족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건강하고 품격 있게 전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건강을 잃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연말의 의미를 살리는 새로운 송년회가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성숙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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