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어르신, 활력 수명이 중요하다

“오래 사는 것보다 잘 사는 것” — ‘활력 수명’에 주목하는 한국 사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활력 있게 사느냐’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균수명과 달리 ‘건강수명’을 넘어 일상생활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며 사회적 관계와 삶의 만족도를 유지하는 기간을 ‘활력 수명’으로 정의한다. 이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 사회적 참여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노년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질병이나 장애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의료비 부담 증가와 노년기 삶의 질 저하 문제가 동시에 대두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여행·취미·사회활동 등 적극적인 삶을 유지하는 ‘활력 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만난 72세 김모 씨는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매일 수영과 영어 공부를 하며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조금 불편해도 사람을 만나고 배우는 즐거움이 삶의 활력을 준다”고 덧붙였다.
지방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전남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어르신들이 공동 텃밭을 가꾸며 소규모 수익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마을 이장 박모 씨는 “단순한 소일거리를 넘어 서로 협력하고 성취를 느끼는 과정이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마을에서는 우울감 감소와 신체 활동 증가라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활력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기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년내과 전문의 이모 교수는 “운동과 식습관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지속적인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지역사회 중심의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디지털 교육, 평생학습, 소규모 일자리 제공 등은 어르신들의 자존감과 인지 기능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회복지 전문가는 “노년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활동의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력 수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도 연결된다”며 “고령층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활력 수명은 단순한 건강 지표를 넘어 고령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오래 사는 시대를 넘어 ‘잘 사는 노년’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