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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향기로 하나된 밴쿠버의 거리

산타뉴스 진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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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이 마음을 잇는다” — 한 그릇의 정성이 국경을 넘어
[사진제공 벤쿠버 총영사관]
[사진제공 벤쿠버 총영사관]

 

 

10월의 밴쿠버 거리는 고춧가루의 붉은빛과 웃음소리로 물들었다.
현지 시민들과 한인들이 함께한 ‘김치와 K-푸드 축제’ 현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누군가는 배추를 절이고, 누군가는 소금을 맞추며,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한 그릇의 양념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김치 담그기 체험에는 현지 참가자들의 호기심이 가득했다.
배추 잎 한 겹 한 겹에 양념을 채우는 동안 “생각보다 섬세하다”, “소금의 비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오갔다.


어색한 손놀림 속에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김치가 단지 음식이 아니라 ‘손끝의 언어’라는 걸, 그들은 직접 배워가는 듯했다.

이날은 특히 ‘밴쿠버 김치의 날’로 공식 선포되어 더욱 뜻깊었다.


밴쿠버 총영사관과 한인단체,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힘을 모아 만들어낸 이 축제는
하루를 넘어 지역사회를 잇는 다리가 되었다.


80여 개의 부스에서는 호떡, 김밥, 비빔밥, 떡볶이 등 다양한 K-푸드가 선보였고,
현지인들은 각자의 접시를 들고 “이건 또 다른 김치의 맛이야!”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음식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도 따뜻했다.


케이팝 음악이 흐르면 청년들이 무대 앞으로 달려 나가 함께 춤을 추었고,
아이들은 제기차기와 달고나 놀이에 몰두하며 웃음소리를 더했다.


한복을 입은 어르신이 “옛날엔 이런 게 명절이었지”라고 말하자,
옆의 외국인 가족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우리도 명절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그날 밴쿠버의 공기에는 유난히 ‘집’의 냄새가 났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김치를 담그던 손들이,
한국의 어머니들이 그랬듯이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버무리고 있었다.
그 마음이 국경을 넘어 다시 김치 향기로 피어오른 것이다.

 

 

 

산타의 시선

 

산타는 이 장면을 보며 ‘공유된 따뜻함’이란 말을 떠올렸다.
언어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모두가 한 냄비 앞에서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김치는 단지 반찬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마음의 매개’가 되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정성이 또 다른 이의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이 다시 세상을 부드럽게 물들이는 장면 — 그게 바로 오늘의 기적이었다.

 


 

진미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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