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재명 대통령 "보편복지 철학", AI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인가
일자리 상실의 시대,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AI 시대에는 많은 사람이 소득이 없을 것이다. 기업은 엄청난 돈을 벌지만, 노동의 대가는 점점 줄어든다."
이는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와 로봇을 활용해 대량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아틀라스(Atlas)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사 공장에 도입할 계획이며 2025년 중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 공장에서 40%의 조립 공정 자동화를 목표로 상용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2025년 말 공장 내 시범 도입하여 2026년 외부 판매, 궁극적으로는 2030년 연간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아마죤은 기업이 확장되는데도 불구하고 2022년 이후 최소 2만7,000명을 감원했으며, 2025년 들어서도 추가 감원이 이어지고 있다. IBM은 인사·행정직의 30%를 AI로 대체하겠다고 밝혔고, 폭스콘은 6만 명의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했다. 콜센터, 물류, 제조업은 물론, 금융과 법률, 콘텐츠 산업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일자리를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 복지 시스템은 그 기능을 다하기 어려워진다. 소득이 없는 대다수 시민을 위해 정부가 ‘분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바로 기본소득이다.
배너지-뒤플로의 경고, 그리고 그 한계
MIT의 배너지-뒤플로 교수는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기본소득이 가난한 나라에선 효과적일 수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일은 소득의 수단일 뿐 아니라, 존엄성과 성취감, 자아실현의 기반이다. 기본소득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
그의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전제가 있다. “인간 노동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만약 AI가 인간 노동의 상당 부분을 영구적으로 대체한다면? 노동 자체가 희소해진다면? 그때는 일자리의 유무보다 삶의 조건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중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
해외 기본소득 실험에서 얻은 교훈
핀란드(2017~2018): 실업자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 지급. 고용 증가는 미미했지만, 정신건강, 삶의 만족도, 사회 신뢰는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캐나다 온타리오(2017~2018): 빈곤층 4,000명 대상 실험. 조기 종료로 장기 분석은 어려웠지만, 초기 데이터에서 삶의 질 개선이 뚜렷했다.
두 실험 모두, 기본소득이 단순한 ‘소득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안정성과 존엄성 회복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의 구상
한국은 고령화, 양극화, 청년실업, 중소기업 위축 등 복합위기에 놓여 있다. 동시에 AI·자동화의 영향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형 기본소득’은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아래는 그 설계 초안이다.
지급 대상과 방식 : ‘선별+보편’ 혼합형 단계 접근
1단계 : 청년, 노인, 취약계층 중심 선별적 지급
2단계 : 사회적 합의와 재정 여건에 따라 전 국민 확대
지급 방식 : 현금 + 디지털 지역화폐 (지역경제 활성화 유도)
지급 수준 및 주기
초기: 월 30만~50만 원 수준
주기: 분기 또는 월별 정기 지급
물가 상승과 연동하여 점진 증액 가능
재원 조달 전략
재원 방식
로봇세 자동화 대체 노동분에 대한 사회적 환원
디지털세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국내 매출 과세 강화
탄소세·환경세 지속가능성 세제 전환과 연계
고소득층 증세 형평성 고려한 누진세 강화
국부펀드·국가배당금제 공공 자산·데이터 활용 수익 공유
기본소득은 '단독 정책'이 아니다 – 패키지로 설계해야
기본소득은 고립된 정책이 아니라, 일자리 전환 지원, 재교육, 사회 참여 소득, 연금 개혁 등과 결합되어야 효과적이다.
보완 정책 예시
재교육 지원 : AI 대체 위험 직종 대상 맞춤형 커리큘럼 제공전직 시뮬레이션 제도
해고 이전에 타 직종 전환 실험 지원
참여소득 : 돌봄, 환경 활동 등 사회적 기여를 보상하는 제도
연금 연계 개혁 : 국민연금을 생활보장형으로 개편하며 기본소득과 통합 운용
미래는 기본소득이 아닌,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소득을 중심 정책으로 제시해 왔다. 이는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위한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을 통해, 사람들은 일의 유무와 관계없이 창작·봉사·학습·돌봄 같은 비경제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서 AI 시대의 사회는 ‘경쟁과 생존’에서 ‘공존과 의미’로 전환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선택이 아니라 ‘준비’
기본소득이 궁극의 해답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가 만드는 불평등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기본소득이냐 아니냐”의 선택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과 단계적 준비를 통해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복지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새로운 사회계약을 상상하고, 설계하고, 실천할 시점에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 중심 정책은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