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AI 동화책, 세대를 잇다

춘천의 한 어린이집.
할머니가 아이들 앞에서 천천히 책장을 넘긴다.
길고양이와 소녀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
그 문장마다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책 표지에는 ‘리본 봉사단’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이 동화책을 만든 작가는 전문 작가가 아닌, 평균 나이 65세의 할머니들이다.
이들은 춘천남부노인복지관이 지난 4월부터 운영한 ‘AI 동화책 봉사단 리본’의 주인공들이다.
손자, 손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AI와 함께 써 내려가며,
자신의 삶과 세대의 기억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그들의 소재는 평범하지만 깊다.
“함께 뛰자”, “친구가 되자”, “동물을 아끼자” —
그 속에는 세월이 남긴 다정한 교훈이 녹아 있다.
AI가 만든 문장이라 해서 차갑지 않다.
어르신들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의성어, 의태어를 넣어달라”고 직접 챗GPT에 요청했다.
AI는 그들의 의도를 반영해 따뜻한 문장과 삽화를 함께 만들어냈다.
글쓰기에 서툴렀던 손끝이 디지털 화면 위에서 새로이 생명을 얻은 순간이었다.
“우리는 책을 만들며 기술을 배웠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했어요.”
홍봉숙 봉사단원의 말이다.
디지털 기기가 낯설었던 그들에게,
AI는 두려움이 아닌 ‘소통의 다리’가 되었다.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신아름 씨는 말한다.
“그분들이 써 내려간 이야기에는 삶의 지혜와 온기가 담겨 있었어요.
AI가 그 마음을 세상에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AI 동화책은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기증된다.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눈과 귀로 다시 살아나고,
책 한 권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화려한 기술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었다.
AI는 단지 ‘전달자’, 이야기를 움직인 건 결국 사람의 따뜻함이었다.
산타의 시선
AI가 만든 건 문장과 그림이지만,
그 안을 채운 건 할머니들의 진심이었다.
디지털 화면 속에서 오래된 지혜가 새 생명을 얻고,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통해 세대의 마음을 배운다.
산타는 오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손끝’에서 피어난 사랑을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