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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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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김부장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한 시대의 단면을 비추는 사회적 상징에 가깝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 던지는 공감과 감동의 이유


 

요즘 대중문화 속에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라는 캐릭터가 유독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겉으로는 안정된 직장, 넉넉한 자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를 갖춘 듯 보이지만, 그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깊이 공감하고 감동을 느끼는 것은 단순한 성공 서사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 깔린 한국 사회의 구조적 압력, 기성세대의 보편적 고단함, 그리고 세대를 넘어 반복되는 생존 서사가 동시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째, 김부장은 한국 중산층의 ‘이상적인 표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압감을 짊어진 대표적 인물이다.

 

 고물가·고금리·고위험 시대에 서울에 자가를 갖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가 자산을 지닌 동시에 ‘회사에 붙잡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가 체감하는 불안한 안정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성취했지만 편안하지 않고, 누려도 자유롭지 않은 삶. 이는 한국 중년 직장인들의 가장 깊은 내면을 건드린다.


 

둘째, 김부장은 기성세대의 책임과 희생을 대표한다. 

 

부모 부양, 자녀 교육, 치열한 조직 문화 속의 경쟁 등 삼중고를 감내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모습에는 한국식 생존의 서사가 응축돼 있다. 그는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시청자들은 그의 이야기를 보며, 자신의 아버지·삼촌·선배·혹은 미래의 자신을 떠올린다. 일종의 집단적 자기반영의 거울이 되는 것이다.


 

셋째, 김부장은 성공보다 ‘견딤’의 가치를 보여준다. 

 

성장은 더디고 승진은 불확실하며 직장의 충성은 보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과 가족을 위해 묵묵히 하루를 채워가는 그의 모습은 오래된 한국적 미덕—성실, 책임, 희생—의 잔존과 변화를 동시에 상징한다. 과시적 성공을 내세운 드라마와 달리, 김부장은 현실의 온도를 따라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서 진심을 읽는다.


 

마지막으로 김부장의 이야기에 감동이 더해지는 이유는 그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세대 간 갈등, 조직 내 압박, 가족을 위한 꾸준한 헌신 속에서도 그는 한 번 더 버티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오늘의 한국 사회가 가장 목말라하는 감정은 거대한 성공이 아니라 ‘나도 다시 해볼 수 있다’는 작은 용기다. 김부장의 서사는 바로 그 감정을 충전해 준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 주는 공감과 감동은 그래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한 시대의 단면을 비추는 사회적 상징에 가깝다. 그는 성공의 아이콘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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