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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안전모에서 희망의 모자가 되기까지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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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이 만든 ‘조용한 기적

추운 바람이 스치는 철길 한켠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작은 기적이 태어났다.


코레일 직원들이 쓰고 벗던 낡은 안전모, 바래진 근무복, 버려지던 페트병—
누군가에겐 폐기물이었지만, 누군가에겐 다시 살아날 이유가 되었다.

 

“이 물건들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을까요?”

 

코레일 직원들은 오래된 물품을 바라보며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물건들이 ‘누군가의 겨울을 지켜줄 따뜻한 모자’,
‘누군가에게 필요한 가방과 파우치’로 다시 태어나는 길을 택했다.

 

사회적기업과 손잡고 버려진 안전모를 갈아엎어 노인·폐지수거 어르신들에게 꼭 맞는 작업모로 만들었다.
햇볕에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어르신들에게 이 모자는 “그냥 모자”가 아니라 

삶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평생 처음 받아보는 선물입니다…”

한 어르신은 모자를 건네받으며 손을 떨고,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런 걸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오늘은 내게도 산타가 온 날이네요.”

그 한마디가, 이 업사이클 캠페인을 이어가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고 코레일 직원들은 고백한다.

 

버려진 근무복이 한 아이의 꿈을 메다

 

대구본부 직원들이 모은 낡은 근무복은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배움을 이어가는 학생들의 손에서
가방과 시계로 다시 태어났다. 그 물건을 선물받은 아이들이 했다.

 

“저도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 번 버려질 뻔한 물건이 아이들의 꿈과 자존감을 세웠다.

걸음 하나, 희망 하나 코레일 직원들은 자신의 ‘걸음수’까지 기부해 

보육원을 떠나는 보호종료 청소년들의 교육비와 자립지원금으로 전달한다.

 

철길 위에서 뛰는 한 걸음이 아이들의 삶에서는 미래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길이 된다.

“우리가 만든 기적은 아직 시작입니다”

코레일은 말한다.“우리는 단순히 업사이클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살리고, 희망을 되살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쓸모 없는 물건이었지만,누군가에겐 삶을 두 손으로 감싸는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선물을 만든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철도의 직원들이다.

류재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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