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 화제의 책 『브레이크 넥(Breakneck)』
미국과 중국의 속도 경쟁을 해부하다
세계 질서가 갈수록 양극화되는 시대, 최근 출간된 화제의 책 『브레이크 넥(Breakneck)』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의 발전 방식, 사회 구조, 문명 전략의 차이를 날카롭게 비교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는 양국의 속도 경쟁을 단순한 경제 지표나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사고방식과 제도적 문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차이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차이가 앞으로 세계 질서를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분석을 제시한다.
■ 법을 국가의 엔진으로 삼는 미국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미국을 법의 나라로 규정한다. 미국의 핵심 경쟁력은 혁신 기술이나 자본력 이전에, 법치주의가 산업과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토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생태계를 설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실리콘밸리는 자유로운 창업 문화로 유명하지만, 그 자유를 떠받치는 것은 오히려 엄격한 규제와 투명한 계약 문화다. 지적재산권 보호, 법적 절차에 따른 시장 경쟁, 정부기관의 독립적 감시 등은 혁신의 뒤편에서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엔진과 같다.
또한 『브레이크 넥』은 미국 정치 체계의 복잡성을 단점으로만 보지 않는다. 저자는 ‘느려 보이지만, 그 느림이 오히려 견고함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의회, 사법부, 행정부의 견제와 균형 구조가 정책의 속도를 늦추지만, 그만큼 제도적 후퇴나 급격한 정책 실패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즉 미국의 속도는 빠른 속도가 아니라 안정적·축적형 속도라는 것이다.
■ 기술과 건설을 국가의 근육으로 키운 중국
반면 중국은 법보다 기술, 공학, 건설능력을 국가 운영의 중심축으로 삼는 국가로 묘사된다. 저자는 중국의 국력 성장을 공학적 사고방식으로 설명한다.
초고속 철도, 거대 도시 개발, 인공지능과 제조업 기반의 혁신 사례에서 보이듯, 중국의 발전은 법적 절차나 사회적 합의보다 실행력과 물리적 성과를 우선한다.
책에서 묘사된 장면 하나는 매우 인상적이다. 어떤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는 계획 발표 후 단 2년 만에 실제 도시 형태가 갖춰졌고, 초고속 철도 노선은 5년 만에 전국망으로 확장되었다. 저자는 이를 ‘중국이 가진 공학적 자본의 상징’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속도는 대규모 이동, 자원 소모, 환경 문제를 야기하며 사회적 비용을 뒤로 미루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 속도의 철학이 다르면 미래도 다르다
책의 백미는 미국과 중국의 차이를 속도의 방식으로 분석한 대목이다.
•미국 = 법적 절차가 속도를 결정한다.
규제와 검증을 통해 속도를 통제하지만, 그 과정이 혁신의 신뢰성을 높인다.
•중국 = 국가가 속도를 전략적으로 밀어붙인다.
법과 절차는 속도를 보완하는 도구일 뿐, 중심 동력은 공학·기술·건설이다.
저자는 이 차이가 단순한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문명이 세계를 확장하는 방식의 차이라며, 향후 글로벌 규범 경쟁에서도 두 나라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 전망한다.
■ 한국이 읽어야 할 메시지
『브레이크 넥』은 단순히 두 국가의 경쟁 구도를 비교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미국식 법치 기반의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식 기술 중심 성장 모델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저자는 한국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모델의 장점을 조화롭게 흡수하는 국가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한 국제정치 분석서가 아니라, 속도와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문명 전략의 의미를 묻는 책이다.
미국과 중국의 차이를 깊이 있게 읽고 싶거나, 세계의 미래 구조를 다각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독자에게 강력히 권할 만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