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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복지를 넘어 문화로” 방귀희 이사장, 예술을 통해 편견을 녹이다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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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에서 문화로, 그리고 존중으로 — 월급 75%를 기부하며 장애예술의 길을 연 선구자
방귀희  [사진제공 나무위키]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사진제공 나무위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방귀희 이사장은 “장애인을 돕는 행사를 넘어, 장애인이 스스로 문화를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건 ‘동정’이 아니라 ‘존중’, ‘시혜’가 아니라 ‘기회’다. 장애를 가진 예술인들이 비장애인과 나란히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문화적 토대, 그것이 그의 오랜 신념이었다.

 

지체장애 1급인 방 이사장은 1991년 국내 최초의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을 창간하며 장애예술의 길을 개척했다. 이후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으로, 또 장문원 출범의 주역으로 수년간 국회를 오가며 예산을 확보했다. 

그렇게 탄생한 장문원은 10년 만에 대학로 이음센터, 모두예술극장, 모두미술공간 등 장애예술의 중심지를 세웠고, 세계 유일의 ‘장애예술인지원법’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방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이제는 복지를 넘어 문화로 가야 한다”며 장애예술인의 창작을 지원하는 ‘모두의 예술 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임을 밝혔다. 

정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그는 매달 자신의 급여의 75%를 적금으로 모아 3년간 2억원을 후원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 고(故) 구상 시인이 기부한 2억원이 더해져, 총 4억원이 장애예술을 위한 새로운 씨앗이 된다.

 

그의 헌신은 단순한 기부에 그치지 않는다. 발달장애 피아니스트 최준의 ‘피아노 병창’, 다운증후군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 페루 극단 ‘햄릿’ 공연 등은 모두 방 이사장이 꾸준히 밀어온 ‘예술로서의 장애인 문화’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그는 “장애예술을 치료나 복지의 한 형태로만 보는 시선을 거두고, 하나의 독립된 예술로 인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방귀희 이사장은 말한다. “장애예술은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술입니다. 모두가 함께 바라볼 때, 그 예술은 더 빛납니다.”


방귀희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은 산타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세상은 여전히 불평등하지만, 누군가는 예술로 그 벽을 허물고 있었다. 기부란 돈이 아니라 ‘마음의 통로’를 여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다시 느꼈다.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웃고 박수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일—그것이야말로 진짜 ‘산타의 선물’이 아닐까.


이 겨울, 산타는 문화와 사랑이 만나는 그 무대를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전미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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