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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품었지만 권한은 없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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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부모들의 호소
사랑으로 아이를 품는 위탁 부모들, 그러나 그 사랑이 온전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책임에 걸맞은 권한과 사회적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사랑으로 키우지만 권한은 없다  — 위탁 부모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위탁가정 제도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아이를 돌보는 위탁 부모들은 ‘책임은 크고 권한은 부족한’ 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면서도 법적·제도적 한계에 부딪히는 현실이 개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위탁가정은 부모의 이혼, 학대, 방임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일정 기간 가정에서 돌보는 제도다. 시설 보호보다 안정적인 정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녹록지 않다. 특히 양육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 권한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경기도에서 7년째 위탁 부모로 활동 중인 김모 씨는 “아이의 병원 치료나 학교 관련 문제를 처리할 때마다 친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으로 키우는 사람은 우리인데 중요한 순간마다 발이 묶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아플 때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데 절차가 늦어지면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위탁 아동의 학교 전학이나 상담, 특별 프로그램 참여 등에서 법적 보호자의 동의가 요구되면서 위탁 부모의 역할이 제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아이의 적응 시기를 놓치거나 필요한 지원이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위탁가정의 지속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동복지학과 이모 교수는 “위탁 부모는 단순한 돌봄 제공자가 아니라 사실상 양육자 역할을 수행한다”며 “일정 범위 내에서 의료·교육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적·정서적 부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현재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지만, 실제 양육 비용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심리적 상처를 지닌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전문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 위탁 부모가 상당한 부담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위탁 부모 박모 씨는 “아이와 정이 들어 가족처럼 지내다가도 언제든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며 “이별의 아픔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사회적 이해는 부족한 편”이라고 토로했다.

 

해외에서는 위탁 부모의 권한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과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 위탁이 지속될 경우 의료·교육 관련 의사결정 권한을 위탁 부모에게 위임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아동의 안정성과 신속한 보호를 위한 장치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위탁가정의 질적 성장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위탁 가정을 늘리는 것을 넘어 실제 양육 환경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권리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된 돌봄과 신속한 보호”라며 “위탁 부모를 신뢰하고 일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랑으로 아이를 품는 위탁 부모들. 그러나 그 사랑이 온전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책임에 걸맞은 권한과 사회적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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