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혁 모임 헌금, 지정기부금 아냐”… 법원, 세금 부과 손 들어줘

서울행정법원이 교회 개혁을 목표로 한 내부 모임에 헌금을 낸 뒤 세액공제를 받은 교인들에게 부과된 종합소득세를 인정했다. 법원은 해당 모임이 법적으로 지정기부금단체에 해당하지 않으며, 헌금이 교회의 고유 목적사업비로 쓰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사건의 발단
A씨를 포함한 B교회 교인 5명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B교회 교회개혁협의회’(이하 협의회)에 헌금을 했다. 협의회는 기존 교회의 목회 방식과 재정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며 개혁을 주장하는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모임이었다.
헌금자들은 협의회가 교회 소속 단체이며, 교회가 속한 C재단이 법에서 정한 지정기부금단체이므로 해당 헌금도 지정기부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세액공제를 받았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협의회가 법적으로 지정기부금단체가 아니라고 판단, 2018~2020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이에 A씨 등은 “헌금은 교회 지역 예배당 운영에 쓰였고, 실질적으로 교회 재산으로 관리됐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의 판단 근거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양순주 부장판사)는 지난 6월 4일 선고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선 협의회가 C재단에 소속된 단체인지 여부를 검토했으나, B교회가 협의회를 재단 소속 단체로 인정하지 않은 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서 협의회의 ‘단체로서 실질’이 부정된 점
협의회 재정담당자가 위임 없이 교회 명의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사문서위조죄가 확정된 사례
등을 종합해 협의회를 재단 소속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헌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교회 정관이나 총회 결의에 따른 절차 없이 모금된 점, 협의회 자체 계좌로 모금돼 구성원 의사에 따라 집행된 점,헌금이 교회나 재단의 공식 재정으로 편입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는 ‘지정기부금단체의 고유 목적사업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교회 내부에서 운영되는 비공식 모임이 법적으로 지정기부금단체에 해당하려면, 해당 모임이 소속 단체의 공식 조직 구조에 편입돼야 하고, 기부금 사용 역시 정관이나 규약 등에서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교회나 종교단체 내부 모임이라도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정기부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특히 헌금 사용과 관리 과정에서 공식 절차와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