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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이름으로 짊어진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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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이름으로 짊어진 빚

성연주 기자
입력

 [산타뉴스-서울] 2026년 6월 28일 

 

부모의 부채와 이 시대의 불행한 상속

“나는 단 한 번도 선택한 적 없다.”  부모의 빚을 대신 떠안은 한 청년의 말이다.  
그는 연예인이었고, 이제는 무명이다.  무대 위에서 불려야 할 이름은, 어느 순간 ‘사기꾼의 아들’로 대체되었다.

 

가문의 이름보다 무거운 숫자

 

부모의 채무로 활동을 중단한 연예인의 사례는 비단 연예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학자금 납부 창구 앞에서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년들은 누군가가 남긴 숫자와 싸우고 있다. 어떤 이는 부모의 병원비로, 어떤 이는 생활비로, 또 어떤 이는  
‘도의적 책임’이라는 말에 짓눌려 청춘을 소비한다.

 

불행의 연출자는 누구인가

 

마이크로닷은 부모의 과거로 침묵했고,  왕석현은 부모의 법적 분쟁으로 스포트라이트에서 밀려났다.  이재은은 가족의 부채를 갚기 위해 노출 영화를 찍었고,  어떤 청년은 가족의 연대보증으로 파산을 경험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나는 그 일과 무관했지만, 내 삶이 끝났다.”

이것은 과연 개인의 불운인가,  
아니면 무관함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 폭력인가.

 

도덕적 낙인의 시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자식이라는 이유로,  ‘몰랐다는 게 변명이 되냐’는 말 앞에 고개를 숙인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혈연의 죄’를 끈질기게 묻는다.

청년들이 부모의 이름으로 대출을 막고,  부모의 병원 앞에서 학업을 미루고,  
부모의 과거로 사과문을 읽는 현실 속에서  청춘의 이름은 점점 지워지고 있다.

 

청년은 미래의 이름이다.  


그 미래가 타인의 과거에 발목 잡힌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물려주고 있는 것일까.

“부모의 빚은 자식의 잘못이 아니다.”  이 문장이 더 이상 기자수첩에 반복되지 않을 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이 불편한 기록을 남긴다

산타뉴스 성 연주 기자 1006syj@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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