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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백만장자 직장인들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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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은퇴 안 하는 요즘 부자들
진정한 부자는 일을 그만 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돈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는 있지만 삶의 의미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숨은 백만장자 직장인들, 왜 100억 자산가도 출근할까?

 

‘조용한 부자’가 늘고 있다

 

한때 부자들의 성공 공식은 화려함이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대형 주택에 거주하며,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소비를 하는 것이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혀 다른 모습의 부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수십억, 많게는 1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도 평범한 직장인처럼 출근하고, 

주변에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드러내지 않는 이른바 ‘숨은 백만장자’들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장기간 상승세를 보였던 시기에 자산을 크게 불린 이들은 

경제적 자유를 이미 달성했음에도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유지하며 몸을 낮추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파이어족’ 열풍은 왜 식었나

 

몇 년 전만 해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가 유행이었다. 

경제적 자립을 이룬 뒤 가능한 한 빨리 은퇴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조기 은퇴 후 예상보다 긴 노후를 감당해야 하고, 

물가 상승과 시장 변동성이라는 변수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은퇴 이후 삶의 목적과 인간관계 상실로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경험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자산가들은 ‘은퇴’보다 ‘지속 가능한 일’을 선택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를 얻었더라도 사회와 연결되고 자신의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에서 직장이 단순한 소득 창출 수단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공간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기업 임원이나 전문직 종사자, 연구개발 인력들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하루아침에 내려놓기 쉽지 않다. 

실제로 상당수 자산가들은 “생활비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협업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한다.

 

특히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60세 전후의 은퇴는 인생 전체로 보면 

여전히 활동 가능한 시기로 인식되고 있다. 

자산이 충분하더라도 일은 삶의 의미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부를 과시하지 않는 시대

 

요즘 부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조용함’이다. 

과거처럼 부를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숨기는 경향이 강하다.

 

고가 소비를 자제하고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는 사례도 많다. 

직장 내 인간관계나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 자신의 자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일부는 오래된 차량을 계속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평범한 옷차림을 고수한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스텔스 웰스(Stealth Wealth)’라고 부른다. 

조용히 부를 축적하고, 과시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새로운 부자 문화다.

 

일하는 부자가 늘어나는 사회

 

한국 사회에서도 부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은퇴가 성공의 종착역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다르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뒤에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 

새로운 성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100억 원의 자산을 가진 직장인이 오늘도 평범하게 사무실로 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더 이상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는 있지만, 삶의 의미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숨은 백만장자들이 출근을 멈추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진정한 부자는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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