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에 세금은 최소…정밀 지도 반출은 집요한 요구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이 논의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를 확보해야만 자사의 내비게이션, 광고, 그리고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안보 우려와 세금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밀 지도가 왜 중요한가
구글이 요구하는 것은 축척 5천 대 1 수준의 고정밀 지도다. 이는 단순한 길 안내용 지도가 아니라, 도로 차선, 신호등, 건물 윤곽까지 상세히 포함한 데이터다. 이 지도는 단순히 구글 지도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위치 기반 광고 :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면 주변 상권 정보를 결합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 : 구글이 운영하는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Waymo)’의 핵심 인프라가 바로 이 정밀 지도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텍사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려는 구상도 깔려 있다.
복잡한 도로 구조와 높은 인구 밀도를 가진 한국에서 성공한다면, 일본·동남아 등 인근 시장 공략에도 유리하다는 계산이 구글의 전략에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조건부 허용안…구글의 거부
한국 정부는 단순히 지도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은 안보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다. 군사 시설이나 주요 기간산업 시설 위치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문제다. 구글코리아는 한국 내 사업장이 없는 것으로 분류돼 지금까지도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2023년 구글의 국내 매출은 약 12조 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실제 납부한 세금은 155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만약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세워지면 법적 근거가 마련돼 연간 수천억 원의 법인세를 내야 하므로, 구글은 이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
구글은 한국에 유독 높은 수준의 정밀 지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2만5천 대 1 수준의 전국 단위 지도만 공개하고 있으며, 일부 대도시에만 더 큰 축척의 지도가 제공된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서비스되는 구글 지도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구글의 요구는 이례적으로 과도하다”며 국제적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향후 전망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이 사안을 다루는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있으며, 당초 8월 중 결론을 내리려 했으나 심사를 60일 연장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쯤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구글에 고정밀 지도를 전면 제공할 경우 국가 안보·세수 악화·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삼중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 역시 “구글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국내 기업이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할 시간을 벌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