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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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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상향 이동의 사다리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사다리를 어떻게 찾고 올라설 것인지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과제로 남아있다.


 내 아이는 나보다 잘 살 수 있을까 — 흔들리는 계층 사다리, 해법은 어디에


 

‘요즘은 아이가 나보다 잘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의 말이다. 과거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시기를 지나며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은 당연한 기대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이 오래된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 성장 둔화와 자산 격차 확대, 노동시장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체감도는 뚜렷하다. 통계청과 각종 연구에 따르면 청년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자산 형성 속도가 느리고, 주거 비용과 교육비 부담은 오히려 더 커졌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격차를 세대 간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부모의 자산이 자녀의 출발선을 결정짓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 역시 더 이상 확실한 ‘상향 이동 경로’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진학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이른바 ‘고학력 과잉’ 현상이 나타나며, 학력 자체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시장 구조도 변하고 있다. 대기업·공공기관 등 안정적 일자리는 여전히 제한적인 반면, 플랫폼 노동과 비정규직 등 불안정 고용은 확대되는 추세다. 

이로 인해 같은 노력에도 결과의 격차가 커지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기회 축소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계층 이동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학벌 중심의 단일 경로가 지배적이었다면, 

현재는 기술과 경험, 직무 역량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경로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노동경제학 교수는 ‘AI와 첨단 산업의 확산으로 실무 능력 중심 채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성화고, 직업교육, 현장 경험을 통한 경력 설계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도체, 배터리, IT 개발 분야에서는 학력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장의 변화도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제조기업 인사 담당자는 ‘대졸 여부보다 바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술과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본다. 

고졸 출신이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벌 중심 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면서 다양한 경로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방과 수도권 간 격차 역시 또 다른 장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경로 다양화와 인식 전환’을 강조한다. 

교육 시스템은 보다 유연해져야 하고, 사회는 다양한 직업과 경력을 동등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부모 세대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한 학벌 경쟁이 아니라 자녀의 적성과 역량을 고려한 ‘경로 설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결국 질문은 단순한 비교를 넘어선다.

‘내 아이가 나보다 잘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떤 준비를 해야 더 나은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로 바뀌고 있다.

 

성장의 시대에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확대됐지만, 지금은 기회를 설계해야 하는 시대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사다리를 어떻게 찾고 올라설 것인지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과제로 남아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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