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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 부모는 인생의 페이스메이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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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우는 가정이 아이의 미래를 만든다
부모는 다시 배우고 아이는 다시 꿈꾼다.  그래서 같은 리듬으로 함께 걷는다


• 부모는 ‘인생의 페이스메이커’… 함께 배우는 세대의 탄생

 

 

■ 함께 공부하는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요즘 교육현장에서는 부모의 재교육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일고 있다. 학교나 학원 앞에서 기다리는 부모의 손에는 스마트폰 대신 노트와 펜이 들려 있고,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같은 책을 함께 읽는다. 공부는 아이 몫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바뀌고 있다.


부모는 이제 자녀의 인생을 이끄는 교사이자, 옆에서 함께 달려주는 페이스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서울 서초구의 한 독서토론 모임에는 초등학생과 부모가 짝을 이루어 토론을 벌인다. 아빠가 읽은 책을 아들이 설명하고, 어머니가 쓴 서평을 딸이 고쳐주는 풍경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는 대신 나도 함께 배우니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말한다.
이처럼 동반 학습형 가정은 교육의 새로운 이상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 교육은 성적이 아니라 속도의 공감이다

 

심리학자들은 부모가 단순한 후원자나 통제자가 아닌, 속도의 공감자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가 뛰어야 할 때 밀어주고, 잠시 숨을 고를 때는 옆에서 쉼표를 만들어주는 존재. 그것이 진정한 교육의 리듬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과제를 대신하거나 진로를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함께 배우고, 삶의 의미를 나누는 공동 성장의 교육이 대세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함께 공부하거나 취미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은 자기주도 학습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평균보다 20% 이상 높게 나타났다.

 


■ 페이스메이커 부모의 명암

 

그러나 모든 참여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요즘 일명 교육 매니저형 부모들이 늘면서, 아이의 일정을 전적으로 관리하고 성취를 대신 설계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성적을 위해 학습 스케줄러가 되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관리가 아니라 관심의 온도다.

한 중학교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엄마의 피드백에 익숙해져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며,
‘좋은 페이스메이커는 결승선을 대신 뛰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달리도록 옆에서 호흡을 맞추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부모의 과잉 개입은 아이의 자율성과 자기효능감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 교육 현장에 부는 부모 학습혁명

 

최근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부모 학습코칭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은 부모를 대상으로 한 감정코칭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자녀의 성적보다 정서적 대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부모가 먼저 배우고 성장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란다는 믿음에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버지는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신 함께 고민하는 법을 배웠다’며 이제는 아이가 실수해도 기다릴 줄 아는 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부모가 다시 배우는 교육문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정학교

 

AI와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부모의 역할을 더욱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학교가 지식을 독점했지만, 이제는 부모가 정보의 해석자이자 교육의 큐레이터가 되고 있다.


자녀의 학습 콘텐츠를 함께 검증하고, 디지털 윤리를 함께 익히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다.
또한 음악, 미술, 코딩, 독서 등 취미 기반 학습에서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배우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부산의 한 공방에서는 토요일마다 부모-자녀 공동 창작 교실이 열린다.
도자기나 그림을 함께 만들며 대화를 나누는 이 프로그램은
함께 배우는 시간 속에서 가족의 유대가 더 단단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미래 교육의 비전 - 부모도 성장해야 아이가 자란다

 

앞으로의 교육은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부모는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학습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녀의 호기심과 속도를 존중하는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교육학자 정 모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가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최고의 교육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부모의 배움으로 성장합니다.’

 

결국 진정한 페이스메이커 부모란 자녀의 뒤를 밀지도, 앞서 달리지도 않고 같은 리듬으로 함께 걷는 사람이다.
그 길 위에서 부모는 다시 배우고, 아이는 다시 꿈꾼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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