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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 대신 K팝… ‘문화 콧대’ 프랑스, 블랙핑크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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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 대신 K팝… ‘문화 콧대’ 프랑스, 블랙핑크에 매료되다

산타뉴스 김란희 기자
입력
휴가철 파리에 11만 명 집결, K팝이 프랑스를 사로잡은 비결
2일 블랙핑크 월드투어 콘서트가 열린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만난 릴리아 올라스트랑젤(왼쪽)과 에밀리 플래너건이 직접 만든 한국어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사진 :  AI 생성 유사 이미지]

프랑스 파리의 여름 8월은 보통 ‘비어 있음’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전국민이 바캉스에 나서고, 도심은 한산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파리의 풍경은 달랐다. 휴양지로 떠날 법한 시기에, 파리 북부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으로 11만 명이 모였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블랙핑크 월드투어였다.

 

우리도 자매야!”… 한국어 플래카드 들고 온 팬들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온 17세 릴리아는 직접 만든 한글 플래카드를 자랑스럽게 들었다. ‘블링크 자매들’이라는 문구를 새기기 위해 밤을 새웠다는 그는,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 가족 전원이 컴퓨터 앞에서 ‘무한 클릭’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동행한 아일랜드인 친구 에밀리 역시 자신을 “자매”라고 소개했다.

티켓 가격은 평균 200유로(약 32만 원)로 한국보다 비쌌지만,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팬들은 공식 굿즈가 아니더라도 분홍·검정 등 그룹을 상징하는 색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췄다.

 

10대 소녀팬 중심, 가족 단위 관객도 대거 참여

 

관객의 다수는 10대 소녀였지만, 가족 단위의 모습도 쉽게 보였다. 14세 딸의 영향으로 한국 여행까지 다녀온 프랑스인 마리는 “K팝 덕분에 한국 음식과 도자기에 빠졌다”고 했다. 헝가리에서 온 대학생 애나는 K드라마 OST로 K팝을 알게 된 뒤, 세 번째 블랙핑크 콘서트를 위해 다시 파리를 찾았다.

 

블랙핑크 [사진제공 나무위키]
블랙핑크 [사진제공 나무위키]
2일 블랙핑크 월드투어 콘서트가 열린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만난 마리 엘렌(맨 오른쪽)과 발렌타인 오투웬(맨 왼쪽)이 K팝 열성팬인 딸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AI 생성 유사 이미지]
2일 블랙핑크 월드투어 콘서트가 열린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만난 마리 엘렌(맨 오른쪽)과 발렌타인 오투웬(맨 왼쪽)이 K팝 열성팬인 딸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AI 생성 유사 이미지]

공연장 안팎에서는 ‘붐바야’, ‘마지막처럼’ 등 한국어 가사를 떼창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블랙핑크가 “안녕하세요, 블랙핑크입니다”라고 인사하자 환호는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과거 ‘일본 문화 중심’이던 프랑스, K팝에 무너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 아시아 문화는 곧 일본 문화였다. 일본 우키요에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자포니즘’은 프랑스 문화계의 자부심이었고, 한국 문화는 변방에 머물렀다. K팝이 프랑스에 첫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1년 SM타운 파리 공연이었다. 이듬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럽 전역을 강타하며 흐름이 바뀌었다.

이제 K팝은 일본 문화를 넘어 프랑스 대중문화를 사로잡았다. 특히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자선 콘서트에 블랙핑크와 지드래곤을 초청하는 등 ‘K팝 애호가’로 유명하다. 2022년에는 블랙핑크 공연을 직접 관람했고, 올해 1월에는 지드래곤 섭외를 위해 직접 연락을 취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프랑스를 사로잡은 힘, ‘팬과의 유대’

 

프랑스 팬들이 꼽은 K팝의 매력은 “예술적 완성도와 커뮤니티”였다. 단순히 무대를 보는 것을 넘어, SNS에서 안무를 따라 추거나 커버 영상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한 팬은 “K팝을 접한 후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며, 중독성 있는 멜로디·컬러풀한 뮤직비디오·패션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브랜드가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불어만 쓰던’ 프랑스, 이제 한국어 떼창

 

불어를 고집하던 프랑스인들이 한국어 가사를 외워 부르고,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이 나라가 K팝 공연에 열광하는 모습은 과거를 아는 이들에게 더욱 놀랍다. 바캉스의 도시가 잠시 ‘한류의 수도’로 바뀐 8월, 블랙핑크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문화 지형의 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란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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