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5년, 피로 쌓은 사랑… 헌혈증서 100장 대학병원에 기부
![이준영씨가 5년여간 모은 헌혈증서 100장을 충북대병원에 기부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충북대병원]](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831/1756589881255_701954963.jpeg)
100장의 증서, 5년의 시간
충북대학교 환경공학과 20학번 이준영(26) 씨는 지난 29일 자신이 모아온 헌혈증서 100장을 충북대학교병원에 기부했다. 단순히 숫자로는 100장이지만, 그 뒤에는 5년 넘게 이어진 꾸준한 실천과 사회적 연대에 대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헌혈은 제 대학 생활에서 가장 큰 의미를 준 활동”이라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속에서 시작된 첫 헌혈
이 씨가 처음 헌혈을 시작한 것은 2020년 봄. 대학 캠퍼스 안의 ‘헌혈의 집’을 찾았다가 ‘혈액 수급 위기’라는 안내 문구를 접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 방문을 꺼리면서 전국적으로 헌혈 참여가 줄어들었다. 실제로 2020년 헌혈 건수는 전년 대비 10% 넘게 감소했고, 하루 평균 혈액 보유량이 적정 기준인 5일분보다 모자라는 날이 반복됐다.
“그때 처음 느꼈어요. 누군가의 생명이 헌혈 한 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바로 헌혈을 시작했습니다.”
군 생활 중에도 이어진 ‘헌혈 루틴’
이후 이 씨는 매달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헌혈을 이어갔다. 보통 전혈은 두 달 정도의 간격이 필요하지만, 특정 성분만 채취하는 성분헌혈은 2주 정도 지나면 다시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군 복무 기간 중에도 헌혈을 멈추지 않았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휴가를 나왔을 때도 헌혈을 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헌혈은 제 삶의 한 부분처럼 자리 잡았죠.”
헌혈증서, 단순한 종이가 아닌 생명줄
헌혈을 하면 발급되는 헌혈증서는 수혈이 필요한 환자가 병원에 제출할 경우,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본인 부담금 일부를 줄여준다. 결국 이 씨가 기부한 100장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도구가 된다.
충북대병원 측은 “헌혈증서는 곧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자원”이라며 “한 청년의 꾸준한 나눔이 실제로 수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눔을 바라보는 철학
이 씨는 헌혈을 단순히 봉사활동의 하나로 보지 않는다. 그는 “후원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헌혈이야말로 자신이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고, 삶 속에서 더 많은 실천을 이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년 세대의 선한 영향력
김원섭 충북대병원장은 “이준영 학생의 기부는 단순히 한 개인의 선행을 넘어, 지역 사회와 젊은 세대의 긍정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병원은 이번 기부를 계기로 더 많은 청년들이 헌혈에 참여하도록 장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필요한 혈액량은 약 300만 유닛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청년 인구 감소와 생활 패턴 변화로 헌혈 참여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2024년 기준 헌혈자 중 10·20대의 비율은 40%에 육박하지만, 이 연령층이 빠르게 줄고 있어 장기적 혈액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런 상황에서 한 청년이 5년간 꾸준히 이어온 헌혈과 증서 기부는 단순한 미담을 넘어, 사회 전체에 ‘헌혈 참여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작은 실천이 만든 큰 울림
이 씨의 손에 쥔 100장의 헌혈증서는 단순히 종이 뭉치가 아니다. 그것은 5년 동안 흘린 땀과 시간,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보이지 않는 사랑이 집약된 결과다. 그의 꾸준한 나눔은 청년 세대의 선한 영향력이 어떻게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의 삶에는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그의 말처럼, 진정한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꾸준한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