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용 KCC정보통신 명예회장, 한국 첫 전산화 이끈 ‘개척자’에서 920억 기부한 나눔가로
![이주용 명예회장. [사진제공 서울대 사람들]](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519/1779139954621_433793891.jpg)
1967년, 아직 컴퓨터가 낯설던 시절 한국에 처음으로 고성능 전산 시스템을 들여온 기업인이 있다.
이후 주민등록 전산화와 철도 승차권 시스템, 공항 출입국 전산망 구축까지 대한민국 디지털 행정의 기틀을 닦았고, 평생 모은 재산 가운데 920억 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주용 명예회장의 이야기다.
KCC정보통신과 시스원은 최근 이 명예회장이 한국경영학회가 수여하는 ‘2026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산업 발전과 사회 기여, 지속 가능한 경영 철학 등을 종합 평가하는 국내 경영학계 대표 상이다.
이번 수상에는 단순한 기업 성과만이 아니라, 한국 IT 산업의 기반을 만들고 이를 다시 사회에 돌려준 삶의 궤적이 함께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935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난 이 명예회장은 서울대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미국 IBM 본사에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일부 선진국 연구기관에서만 다루던 첨단 기술이었다.
그는 1967년 귀국 후 한국생산성본부 전자계산소 초대 소장을 맡아 대한민국 최초의 고성능 컴퓨터 ‘FACOM-222’ 도입을 주도했다.
이후 한국전자계산(KCC정보통신 전신)을 설립하며 국내 IT 산업의 출발점에 섰다.
이후 주민등록 전산화 시스템과 철도 승차권 전산 발매, 공항 세관 입국자 실시간 전산화 등 국가 핵심 시스템 구축을 이끌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진 디지털 행정의 시작점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해외 시장에도 일찍 눈을 돌렸다. 태국 철도청에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며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처음 보여준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명예회장의 이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만이 아니다.
그는 기업 성장 이후에도 교육과 문화, 의료, 장학 사업에 대규모 기부를 이어왔다.
2017년 창립 50주년 당시 600억 원 사회 환원을 약정했고, 현재까지 기부 규모는 약 920억 원을 넘어섰다.
서울대 문화관 리모델링 기금과 서울대병원 발전기금, 장학재단 운영, 청년 소프트웨어 교육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재단법인 ‘미래와소프트웨어’를 통해 무료 코딩 교육과 청소년 캠프,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운영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와 인재 양성에도 힘써왔다.
그의 철학은 가족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명예회장은 평소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을 자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그는 검소한 생활을 이어갔고, 재산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도 가족들의 동의 속에 실천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컴퓨터를 들여온 기업인” 이전에 “미래 세대를 위해 투자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과 문화까지 연결하려 했다는 점에서다.
오늘날 우리는 주민등록 등본 한 장도 온라인으로 발급받고, 기차표를 휴대전화로 예매한다.
너무 익숙해져 당연하게 여기는 시스템들이지만, 누군가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처음 전산화를 상상해야 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결국 오래 남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어디에 쓰느냐에 대한 고민인지 모른다.
이주용 명예회장의 삶은 산업화와 디지털화를 넘어, 사회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다시 묻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