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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하루 종일 틀어도 전기요금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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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하루 종일 틀어도 전기요금 ‘0원’?

산타뉴스 유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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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관리하는 ‘제로 빌 하우스’, 에너지 자립의 미래가 현실이 되다
크라켄 AI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옥토퍼스 에너지의 전력망 배전 서비스. 옥토퍼스 에너지 홈페이지
크라켄 AI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옥토퍼스 에너지의 전력망 배전 서비스. 옥토퍼스 에너지 홈페이지

무더운 여름에도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상상 속 풍경이 이미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영국의 신생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가 개발한 ‘제로 빌(Zero Bill)’ 주택이 그 주인공이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신재생 에너지 주택이 아니다. 가정용 태양광 패널, 에너지 저장장치,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전력망 관리 시스템이 결합돼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소비와 저장, 판매까지 가능하게 한다. 옥토퍼스는 이를 통해 전기요금이 ‘제로’인 주택을 오는 2030년까지 10만 가구에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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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빌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태양광 설비를 갖춘 주택이다. 그러나 기존의 단순한 태양광 주택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이 주택은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에 전력을 저장하고, 비쌀 때는 저장된 전력을 활용하거나 전력망에 되팔아 수익을 창출한다. 즉, ‘요금이 0원’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24시간 실시간으로 전력을 최적의 시점에 사고팔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영국 전역에서 점차 확산 중이며, 이미 약 130가구가 실제로 제로 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옥토퍼스는 해당 시스템을 독일, 뉴질랜드 등 다른 국가로도 수출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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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퍼스가 보유한 최대의 무기는 바로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 ‘크라켄(Kraken)’**이다. 크라켄은 원래 고객센터 운영과 요금 관리 자동화 시스템으로 개발됐지만, 현재는 수천만 가구의 전력 소비 패턴을 학습한 AI 전력망 운영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크라켄은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 기상 조건, 전기 요금 등을 종합 분석해 어떤 가정에 언제 얼마나 전력을 보내고, 저장하며, 시장에 되팔지를 자동으로 결정한다. 2025년 기준 이 시스템은 전 세계 7000만 가구의 전력망을 관리하고 있으며, 미국 EDF 에너지, 일본 도쿄가스 등 다른 에너지 기업들도 사용 중일 정도로 기술력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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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AI를 이용한 전력망 관리 기술은 글로벌 IT기업들도 도전했던 분야다. 구글의 AI 자회사 딥마인드는 2017년 영국 전력망 기업 ‘내셔널 그리드’와 협력해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도했지만, 예측의 불확실성과 수요 편차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결국 3년 만에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그러나 옥토퍼스의 크라켄은 수많은 실가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년간 실전에서 학습해오며 안정성과 정밀도를 확보했다. 업계는 현재 크라켄의 가치를 약 **100억 파운드(한화 약 18조6000억원)**로 평가하고 있으며, 옥토퍼스는 향후 1년 내 크라켄을 별도 법인으로 분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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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미니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고 있으며, 한전에선 해당 발전량만큼 전기요금을 감면해준다. 그러나 현재 국내 기술은 옥토퍼스처럼 고도화된 AI 자동화 시스템과 저장장치를 연계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에너지 가격 급등, 기후 위기 심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맞물리는 지금, ‘제로 빌 하우스’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단순히 친환경을 넘어서, AI와 결합한 에너지 독립 시스템이 미래 주택의 표준이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유 상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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