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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_ 한국  ‘홍익인간 정신’으로 인도적 리더십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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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_ 한국  ‘홍익인간 정신’으로 인도적 리더십 발휘해야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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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이 손 내밀 차례… 널리 인간을 이롭게실천할 때

난민 이미지 [ 이미지: 성연주 기자 ]

620,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국제사회는 사상 최악의 난민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전 세계 강제 이주 인구는 12210만 명에 이르렀다. 10년 전보다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박해와 전쟁, 기후위기, 빈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난민은 더 이상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과제가 됐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심각한 난민 위기에 직면했지만, 정작 국제 원조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유엔이 요청한 국제 인도적 지원 예산은 250억 달러나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최대 공여국인 미국조차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보건분야 예산 삭감만으로 향후 15년간 2500만 명의 생명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 지원 줄고, 구호 사각지대 확대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단순한 지원을 넘어, 가장 시급한 곳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원조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미국 원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국가들은 원조가 끊기자 식량·의료·교육 등 기본 서비스조차 위태로워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수단, 예멘, 에티오피아 등 13개 국가는 최빈국이자 분쟁·기후 취약국이면서도 전체 원조의 10%도 받지 못하고 있다.

 

분쟁으로 인한 빈곤 역시 악화되고 있다. 1990년 전체 빈곤 인구의 10%였던 분쟁국 비율이 2023년에는 50%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원조 비중은 오히려 201933%에서 202322%로 줄어들었다. 자원은 점점 제한되는데, 가장 위급한 곳은 지원에서 밀려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난 이들도 이미 4300만 명을 넘어섰다. 외부 구호단체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분쟁지역에서는 현지 NGO와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이들조차 예산 부족으로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받았던 도움, 이제 돌려줄 때

 

이처럼 국제 원조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과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6·25 전쟁 당시 국가예산의 40% 이상을 국제 원조에 의존하며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식량과 의료, 교육, 사회 인프라 복구 등 곳곳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선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며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의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국가가 됐다. 불과 한 세대 만에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한 이 경험은 국제사회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한국 사회 역시 이제 더 이상 난민 문제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지닌 이들이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외국인이 낯설지 않은 시대,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익인간 정신으로 인도적 리더십 발휘해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 민족의 오랜 가치관이다. 이 정신은 단지 국내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쟁과 가난, 재난 속에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에게도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이 바로 홍익인간의 현대적 실천이다.

 

국제사회는 이제 단기적 구호를 넘어 수혜국의 자립과 지역사회 기반 구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시혜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와 필요를 반영하고 장기적 자립을 지원하는 접근이 중요해진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지닌 한국은 이러한 새로운 구호 패러다임에 적극 기여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 대표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12000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새로운 시도와 협력에 한국이 더욱 능동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이 받았던 국제사회의 연대와 도움은 단지 생존을 넘어 성장과 번영의 토대가 됐다. 지금 세계 곳곳의 난민들에게도 우리가 그랬듯 새로운 희망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제 한국이 인도주의적 리더십을 통해 그 손을 잡아줄 차례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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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난민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