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아이, 흔들리는 한국

사라지는 아이들 — 흔들리는 한국의 저출산 리포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초등학교의 빈 교실, 폐원을 고민하는 어린이집, 놀이터보다 주차장이 늘어나는 주거 단지의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저출산은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을 흔드는 현실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국 사회의 성장 동력과 공동체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같은 해 출생아 수는 약 23만 명으로, 20년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해 출생아가 3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미 구조적 저출산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문제는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반등의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원인을 다층적으로 진단한다.
첫째는 주거와 고용의 불안정성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높은 주거비와 장기화된 취업 준비 기간은 결혼과 출산을 ‘미룰 수밖에 없는 선택’으로 만든다.
노동경제학자들은 ‘청년층의 불안정 고용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출산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위험 관리의 문제로 인식된다’고 말한다.
둘째는 양육 비용과 돌봄 부담이다.
사교육비와 돌봄 공백은 맞벌이 가구의 부담을 키운다.
보육 인프라는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지역·시간대별 격차와 질적 신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성학 연구자들은 ‘출산 이후 경력 단절 위험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전가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출산 회피는 합리적 선택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셋째는 가치관의 변화다.
결혼과 출산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인의 삶의 질, 자기실현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이는 세계적 흐름이지만, 한국에서는 높은 경쟁 강도와 결합되며 출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사회학자들은 ‘문제는 가치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에 맞춘 제도 전환의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데 있다’고 평가한다.
저출산의 파급 효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지방 소멸 위험 지역이 늘어나고,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과 지역 경제 위축이 동시에 진행된다.
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연금·의료·돌봄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는다. 인구학자들은 ‘지금의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한 세대 뒤에는 사회 시스템의 기본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법은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 개혁에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주거 안정이다.
공공임대의 질적 개선과 신혼·청년 가구의 장기 거주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둘째, 일·가정 양립의 실효성이다.
육아휴직의 실사용률 제고, 남성의 돌봄 참여 확대, 중소기업 근로자의 제도 접근성을 높이는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돌봄의 사회화다.
지역 기반 돌봄 네트워크와 유연한 시간제 보육, 방과 후 돌봄의 안정적 공급이 출산 이후의 불안을 낮춘다.
아울러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은 ‘출산 장려’라는 단일 목표를 넘어 삶의 질 전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노동·주거·젠더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만 출산은 다시 선택 가능한 옵션이 된다.
아이들이 사라지는 사회는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 저출산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개인이 출산 이후의 삶을 예측 가능하고 존엄하게 그릴 수 있을 때, 통계는 비로소 반등의 신호를 보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구조 개편과 일관된 정책 신뢰다. 시간이 많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