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붉은여우, 소백산에 다시 터를 잡는다

한때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붉은여우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소백산 일대에서 진행 중인 여우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새끼 여우 30마리를 자연에 방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생태계 복원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붉은여우가 다시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장기 프로젝트다.
스스로 나아가는 방식… "적응 방사"
붉은여우 방사는 단순한 방출이 아닌, 여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스스로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하는 ‘적응 방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충북 단양의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 중부보전센터에서 이뤄지는 이 방사는 여우의 자율성과 야생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이다.
복원사업은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새끼 여우의 연간 출생 수가 평균 2~3마리에 불과했지만, 관리 환경과 번식 전략의 개선을 통해 현재는 30마리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친화성이 높은 암수를 짝지어 자연교미를 유도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독립 공간을 조성한 것이 큰 효과를 보았다.
생존율은 여전히 낮아… "덫·도로 사고 여전히 위협"
야생 붉은여우는 이론적으로 최대 9년까지 생존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6년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차량에 치이거나 불법 설치된 덫에 걸리는 등 인위적 요인으로 인한 폐사가 주요 원인이다. 그동안 방사된 여우 가운데 약 28%가 이러한 사고로 인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연 방사 이후의 생존 관리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계 회복의 핵심 종… "여우는 해를 끼치지 않는 중간 포식자"
붉은여우는 생태계 내에서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초식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중간 포식자 역할을 수행한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붉은여우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오히려 생태계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2027년까지 100마리 목표… 복원은 계속된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2027년까지 소백산 일대의 붉은여우 개체 수를 100마리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적응 방사 외에도 여우들의 서식지를 확장하고 도로사고 예방 장치 설치 등 다양한 보완책을 병행할 계획이다.
멸종 위기 속에서도 자연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붉은여우들의 여정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